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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러운 우경화,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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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포럼]

문재인 정부의 집권이 1년 반을 넘어, 곧 3년 차에 들어선다. 촛불 민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급속한 개선을 이끌었다. 이에 지지율이 비정상적일 정도의 고공행진을 했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 해결 전망은 보이지 않고 양극화는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도 가라앉고 있다. 남북관계도 답보 상태인 데다가 여러 개혁 작업도 지지부진하니,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지지율이라는 것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으며, 40%대도 아주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중요한 사회집단이나 계층집단이 반(反)문재인 진영으로 돌아선 듯하고 '문재인 당선'에 환호하던 개혁 시민들 가운데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남은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대중의 기대는 아마도 세 가지였을 것이다.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의 해소이다. 서민대중이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곤궁에 시달려온 만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며 빈부격차를 줄이고 복지를 확대해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고조되어 가는 북핵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국민들을 북의 핵무장과 북미 대결로 인한 불안감에서 해방해주는 일이었다.

세 번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쌓인 적폐의 청산이다. 재벌 개혁,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잃은 사법부의 개혁, 4대강사업,자원개발 등과 관련한 전 정권의 부패 척결,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의 고질적인 권력 남용 문제 해소, 세월호,천안함과 같은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 같은 것이 그것이다.

촛불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까지 해온 성급하고 미숙한 정책 집행 행태를 보면, 앞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 같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정책을 이끈 장하성,김동연 팀의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급격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정책을 취했는데, 이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서민들의 소득을 올려 소비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연속적인 고율 인상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가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함으로써 고용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였다. 또 저소득계층의 소득은 줄고,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늘어나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와 대중의 반발을 샀다. 이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효과를 반감시켰다.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도 역시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기업가와 노동자 모두의 반발을 샀다. 기업가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고용을 확대하는데 부담을 느꼈고, 노동자들은 소득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후퇴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마저 떨어뜨렸다.

실제로 소득주도 정책을 취하려면 최저임금에는 손대지 말고 재벌개혁을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방법이었다. 재벌의 독과점을 해체하고, 공정거래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바로잡으면, 자연스럽게 임금격차와 소득격차가 줄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을 인도에서 만났을 뿐 아니라, 평양에도 대동하며 사실상 면죄부를 주다시피 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대한 묵인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또 재벌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는 현 정권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더니, 고작 프랜차이즈 불법행위 조사 정도에 그쳤지, 재벌개혁을 위한 칼을 뽑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반면, 대통령이 집권 1년 반 동안 매달린 것은 북핵 문제다.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 간 경색된 관계도 풀리고, 그에 따른 대규모 남북경협을 통해 장기 침체에 접어든 경제적 난국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복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르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양측이 접점을 가지기 어렵다. 북이 바라는 것은 북핵을 인정하는 상태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해결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와도 얻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는데, 김 위원장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고 남북 경협 가능성이 줄어들자, 마음이 급해진 청와대는 관료 출신인 홍남기를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로 임명하고 제2기 경제 내각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일주일 후 '2019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고용,분배 등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원인을 투자 부진으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 산업구조개혁 지연, 일부 정책의 시장 예상보다 빠른 추진, 고령화 진전 등을 요인으로 지목하고, 재정,금융,제도개선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 최저임금,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시장과 민간의 우려를 고려해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내년 상반기 현대자동차 105층 신사옥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등을 착공시키며, 모든 공공시설을 민간 투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조차 면제하고, 사업 착수비용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말하자면, 재벌들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규제를 풀고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심지어 공공시설까지 다 팔아먹겠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소득주도 정책도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제가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어떤 반전을 불러올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명실상부한 재벌왕국의 건설, 삼성제국의 완성이 될 것이며, 양극화의 심화, 빈곤층의 증가로 서민대중의 삶이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런 우경화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촛불로 집권한 세력의 이런 반(反)동화를 그냥 지켜봐야 할까? 다음 총선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무덤이 될 것이다.

기자 :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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