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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강릉펜션 참변 잘못된 사망자 명단 유출…지옥 겪은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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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와 관련 잘못된 정보를 담은 문서가 유출돼 유가족과 부상 학생 보호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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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것으로 알고 왔는데 살아 있다고 하니까….”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의 부상자 도모(19)군의 아버지(48)는 기자와 인터뷰 도중 울먹거리며 말을 멈췄다. 그는 “사망했는데 오고 보니까 살아있다고 했다. 다른 부모님의 상태는 보지 못했지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군은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후 의식을 회복해 19일에는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18일 오후 언론 등을 통해 강릉 펜션 사고로 사망 3명, 중상 7명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사상자의 이름과 이송 병원 정보가 담긴 명단이 유출돼 유가족과 환자 보호자가 고통을 겪었다. 이 명단에 나온 사망 학생은 사실과 달랐고, 부상자가 이송된 병원 정보도 엉터리였다. 이 문서에는 도군과 김모군이 사망해 고려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 둘은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고려병원으로 옮겨진 사망 학생은 명단과 다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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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강릉 펜션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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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생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돌면서 부모들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23분쯤 강릉고려병원을 찾은 한 여성은 “(우리 아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직 얼굴도 확인 안 했는데….”라며 병원을 찾았다. 참사로 숨진 김모(19)군의 어머니였다. 유출된 명단에 김군은 강릉아산병원에 있는 것으로 적혀있었다.

다른 보호자 중에는 이동하기 전부터 큰 혼란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다친 학생들은 사건 당일 강릉아산병원, 고려병원과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는데 명단 속 병원 배치와 실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학생 관계자는 “서울에서 병원으로 운전해서 오는 길에 강릉으로 가라, 원주로 가라 말이 바뀌었다. 초조한 마음에 가족이 분산해서 각 지역을 간 경우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자 보호자 일부에서는 “아이들 소지품에 주민등록증과 학생증이 다 있고 거기엔 사진이 붙어 있는데 왜 신원 확인이 부정확하게 이뤄진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왔다.

강원소방청 관계자는 “피해 당시 학생들이 거품을 물고 있고 급박한 상황이라 신원 대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병원에 가는 게 우선인데 인적 사항 파악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신원 파악을 못 했다면 명단에 이름을 채워 놓지 않고 신원 확인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묻자 “상급기관에서도 (신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내부 보고용으로 만들고 변동 사항이 있으면 바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명단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추적하지 않았다. 유출 과정을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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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사고가 난 지 하루가 지난 19일 오후에도 여전히 사망자가 4명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담은 기사가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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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언론에서도 잘못된 정보를 계속 유통해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오후 3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본 결과 강릉 펜션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명이라는 기사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일부 매체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가 다시 3명으로 정정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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