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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릉 펜션사고 학생 3명 의식회복 "친구 안부 묻고, 스스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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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이죠? 제 친구들은요?"

‘강릉 펜션사고’로 중태에 빠진 7명 가운데 3명이 의식을 되찾았다. 맨 처음 의식을 회복한 학생은 의료진에게 친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의료진은 대답 대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권했다.

조선일보

19일 오전 강릉아산병원 의료진이 서울 대성고 학생 1명을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 치료센터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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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강릉아산병원 강희동 권역의료센터장은 "지금까지 모두 3명의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면서 "이 가운데 2명은 물을 마시거나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식을 회복한 학생 가운데 한 명은 스스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여서 이날 오후부터 일반병실로 옮겼다. 병원 측은 의식을 회복한 학생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리치료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진 학생 7명 가운데 5명은 자가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다. 다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한 2명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보일러 가스가 원인이라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학생 개개인이 창가 등 어디에서 발견됐는지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 회복속도는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의식불명인 유모(18)군, 남모(18)군에게 고압산소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차용성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는 "보호자 동의를 얻어 뇌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압산소치료는 치료실에서 압력을 일반 대기보다 2기압 이상 높여 신체 조직에 공급되는 산소량을 늘리는 것이다. 일산화탄소가 폐로 흡수되면 혈액에 녹아 들어 산소를 운반해야 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는다. 숨을 쉬어도 혈액 속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고압산소치료로 이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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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에 있는 고압산소치료기(챔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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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시 12분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였고, 이 가운데 3명은 숨졌다. 나머지 7명은 입에 거품을 물거나 구토하는 상태였다. 학생들이 묵었던 펜션 201호 보일러 배기가스 연통이 분리되어 있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이 펜션 내부의 일산화탄소를 측정했을 때 농도는 155ppm이었다. 일반적인 수치(20ppm) 8배에 달하는 수치로, 전문가들은 "사고를 당한 시점의 농도는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 누출’로 사고 원인을 좁혀가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이 투숙한 방은 펜션 201호로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는 보일러가 단독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산화탄소가 건물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LPG 보일러 연통이 보일러 몸체와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보일러 본체와 연통이 분리된 틈 사이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것 같다"고 했다.

[강릉=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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