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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강릉 펜션 참사]수능 후 ‘무방비 교실’…뒤늦게 ‘체험학습’ 금지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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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괜한 사고 발생할까 조심…다음에 가라 권유“

-교육청 “개인체험학습 제도 등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

헤럴드경제

강원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숙박 중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앞에 취재진이 몰려있다.[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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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수능이 끝나고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난 고교 3년생 10명이 18일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개인체험학습 금지령이 내려졌다. 사고를 당한 아이들은 학교장과 부모 동의를 받고 개인체험학습을 갔다가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릉 펜션에서 사고를 당한 대성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은 17~24일까지 ‘개인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학교에 신청하고 강릉 여행을 갔다. 개인체험학습은 개인계획에 의해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은 후 실시한 체험학습으로 고적답사, 향토 행사 참가, 친익척 방문, 견학 등 직접적인 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습을 의미한다. 연간 7일 이내로 쓸 수 있으며 개인체험학습의 경우 인솔교사가 동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번 사고는 개인체험학습이라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가스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업체나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규정이 없는 현행법 등이 문제라는 게 주된 여론이다. 부모 동의까지 받은 개인체험학습 체험에 교사가 함께 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동행했다고 하더라도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고3 아이들의 황망한 죽음을 목격한 일선 학교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까 우려해 개인체험학습을 보내기 조심스러워졌다는 분위기다. 경기도 고양시의 고등학교 교사 이모(31) 씨는 “안그래도 학교 외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통제하긴 어렵기 때문에 수능 이후 교사들은 늘 긴장상태다. 개인체험학습은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가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 편히 보내줄 수 있었는데 이번 사고 때문에 당분간은 가지 말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년차 다른 교사 역시 “이번 사고로 괜히 교사들이 아이들 관리 못했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다. 한편으로는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개인체험학습을 보내왔는데 학교가 이 불행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는가” 하소연했다.

그동안 수능이 끝난 학생들은 개인체험학습을 내고 친척집에 간다거나 여행 등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고3의 경우 한 반이 통째로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 학생들처럼 각각 개인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10명의 다른 반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 강북구의 교사 정모(35) 씨는 “이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아이들끼리 여행을 가는 건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겠다”면서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여행을 가면 술을 마신다 던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꾸려 사고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대책 회의에서 개인체험학습 제도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사고 수습 본부를 어떻게 운영할 지 등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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