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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주열 총재 "자기 이익만 내세우면 그 이익도 지킬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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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 미래 성장동력과 선도산업 육성에 힘 모아야"
"정부 정책 의지 상당히 강해…최저임금 인상 영향 완화 기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 육성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각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풀(승차 공유), 원격진료로 대표되는 신산업이 이해 관계자의 반발과 규제로 교착 상태에 빠져 혁신과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낸 것이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만찬에서 "새로운 선도산업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는 당사자의 이해 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에 가로막혀 성과가 미진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단기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점점 약화되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규제 개혁과 이해 관계자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는 "세계 도처에서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내부의 변화는 더디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의 역할인 경제 성장동력 확보에 대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낸 이유는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며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었던 업종이 상당수 어려움에 빠져 있고, 반도체 호황도 얼마큼 더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제 전체를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도 국민이 수용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점진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개인, 기업, 정부가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의 장래를 내다보는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 육성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각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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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전망, 10월과 크게 바뀐 것 없다"

이 총재는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올해보다 크게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휴전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미국 경제가 꺾이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속도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다만 이 총재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국내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당장은 10월 내놓은 경제 전망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10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저임금이 두 해 연속 급격하게 인상된 것과 관련해서는 경제와 고용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고, 특히 내년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기 때문에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금융 불균형, 대외 충격 발생 시 경제 복원력 떨어뜨리는 요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과 함께 누적되고 있는 금융 불균형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소득증가세를 웃돌고 있다. 이 총재는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세는 우리 경제에 대외 충격(shock)이 발생했을 때 충격흡수력과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같이 살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결정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불균형 축소는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계측하기 쉽지 않고 당장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이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며 "통화정책은 긴 안목에서 경제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결정해야 하고 평가도 이런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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