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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트럼프가 압박할수록 Fed는 청개구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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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18∼19일 FOMC 회의 진행

올해 네번째 기준금리 인상 결정

트럼프, 금리동결 요구 들어주면

더 큰 불확실성과 후폭풍 불러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행정부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지어야 하는 Fed의 행보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겁박’과 ‘훈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결정의 시간은 다가왔다. 12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19일 올해 네번째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짓는다. 뉴욕증시가 고꾸라지고, 국채 금리가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세계 유가가 급변하는 와중이어서 파월 의장의 이번 결정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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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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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월가와 그 주변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오히려 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통해 내년 몇차례 더 인상할지 여부가 더 큰 관심사였다.

그러다 보니 Fed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발언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 결과 지난 16일 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26%로 올라섰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74% 정도로 점쳐진다.

Fed의 독립성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수일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달러가 매우 강세인데다, 실질적인 인플레이션도 없다”며 “Fed가 또 한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 중단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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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동결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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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회의가 열린 첫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Fed는 또 실수하기 전에 오늘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을 읽어보길 바란다”며 “지금도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데 더 부족하게 만들지 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50B(500억 달러 긴축프로그램)를 중단하라”면서 “시장을 피부로 느껴라, 의미 없는 통계 숫자만 들여다보지 말고. 행운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가늠하는 2020년까지 달궈진 경기가 식지않게 하려는 의도에서 이같은 주장을 편다는 분석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WSJ은 ‘Fed가 멈춰야 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각종 경제지표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WSJ은 “Fed가 긴축의 길로 가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깜깜한 방을 걷고 있다면 천천히 걷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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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사설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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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물가상승이 거의 없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Fed는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동결을 요구하는 압박이 거센 가운데 파월 의장은 결과적으로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고려해 금리동결을 결정할만한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금리동결이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오는 구조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스탠 드러켄밀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만일 Fed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두려워서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두려운 일”이라며 “금리를 동결하면 마치 대통령의 말을 듣는 것처럼 보이는 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니 이 방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센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퍼브라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만약 Fed가 성장 둔화를 인정하고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앞으로 수주동안 위험 자산들이 강세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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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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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이미 미국 경제성장은 둔화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 보험회사인 USAA의 와티프 라티브 글로벌 멀티에셋 헤드는 CNBC를 통해 “전 세계 경제가 엮여 있어 미국 경제 또한 나비효과에 취약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미국 경제도 함께 둔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파월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Fed 내에서는 자신들의 독립성이나 의장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있을 때 위원들이 결집하는 강력한 문화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위원들의 반대표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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