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친척은 지난 2014년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고 씨의 묘비를 이장하고 흔적을 지웠다. /제주도=박재우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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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언제 이뤄질까. 온다면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는 올라갈까. 한라산,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 고경택 씨의 고향이다.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와 친모 고용희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고경택 씨의 묘비가 발견된 것이 전부다. 고경택 씨의 흔적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김 위원장의 '한라혈통'을 취재, '고경택의 묘비' '고용희의 사촌들의 흔적' '고용희의 출생지' '고용희의 모친'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반응'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고경택 일가 가족묘지 관리인, 개명 후 흔적 감춰
[더팩트ㅣ제주=이철영·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가 친척은 철저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 고경택 씨의 조카이자 그의 모친 고용희(고 김정일 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의해 확인된 이름은 고용희이다)의 사촌들인데,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지난 2014년 제주도 봉개동 일대(2080㎡)에서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묘가 발견됐다. 그리고 얼마 후 고경택 씨의 묘비는 사라졌다. 고경택 씨의 친척이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묘비를 옮겼다"고 알려진 게 전부이다. <더팩트>는 고경택의 묘비를 옮긴, 고용희 씨 사촌의 행방을 지난 11일부터 제주도 현지에 찾아 나섰다.
1973년 발간된 북한의 대외 선전용 사진 잡지 조선화보에 1970년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했을 당시 고용희의 미공개 사진을 지난 2011년 데일리NK가 공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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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취재진은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형제와 아버지 고영옥 씨의 묘비가 있는 제주시 봉개동을 찾았다. 부슬비가 내리며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2014년 1월 발견됐을 당시 그대로였다. 다만, 고경택의 묘비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외가 가족묘지는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듯했다. 취재진은 고경택 씨가 출생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 묘지를 관리했던 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의 외가 가족묘지는 고경택 씨의 사촌형 고경찬(실제는 고경택의 친형으로 큰아버지 고영호 씨가 아들이 없어 입양 함)씨의 막내아들 승훈 씨가 관리해 왔었다고 한다.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 소유주는 고경택의 조카인 고승훈의 아들이다. 그러나 고 씨는 지난 2012년 개명 후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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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승훈 씨는 사망(2013년 5월), 그의 아들이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진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위원장의 외가 묘지는 2010년 6월 22일 승훈 씨가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승훈 씨의 아들이 가족묘지를 소유하고 있다.
승훈 씨의 아들 고 씨는 지난 2012년 2월 개명했다. 고 씨는 등기부상 2012년 당시 서울 강북구에 거주한 것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등기부에 기재된 주소지에 현재 고 씨는 없었다. 취재진을 만난 집 주인은 "고 씨가 이곳에 살았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없다. 그리고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그는 "4년 전쯤에도 일부 기자들이 찾아왔었는데 그때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014년 고경택 묘비 도난 사건을 조사했다. <더팩트>취재진이 당시 사건기록을 통해 피의자를 찾기 위해 문의했지만, 관련 사건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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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황으로 볼 때 고 씨가 제주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취재진은 고경택 등의 묘지를 관리하는 김 위원장의 6촌인 고 씨를 찾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 4년 전 고경택 묘비 절도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취재진은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 형사과, 정보과 등을 통해 4년 전 고경택 묘비 절도사건 기록을 찾았지만, 모두 알지 못했다. 또, 수사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고 씨 일가의 이름으로 사건을 검색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4년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이지만, 기록을 찾을 수도 관련 사건을 아는 이도 없었다.
4년 전 사라진 고경택의 묘비는 어디로 갔을까. 취재진은 제주 고 씨 종문회총본부 고창실 회장과 영곡공파 고석근 회장을 직접 만나, 고경택 일가와 묘비를 가져간 후손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하지만 고창실 회장과 고석근 회장은 "그쪽은 오래전부터 왕래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다만, 고경택은 제주 고 씨 영곡공파 31세손으로 족보에 있다. 고경찬과 그의 아들들도 족보에 있지만, 이후 후손은 족보에 없다"며 족보를 보여줬다.
제주에서 만난 고경택 씨의 먼 친척이 고경택 씨와 가까운 친척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주=이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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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천읍을 다시 찾았다.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 대부분은 고경택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 고경택 일가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 "고용희의 출생은 일본이 아닌 목포 유달산"이라는 증언([단독] "김정은 친모 고용희,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영상)) 도 이곳에서 들었다.
약 15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은 고경택의 묘비가 있었던 곳을 알고 있었지만, 묘지를 관리하는 고경찬 씨의 아들과 손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는 가운데 한 할머니는 고경찬의 딸 고다이시(고순례) 씨가 제주시 오연단 인근에 살았다고 했다.
단서는 "고순례의 며느리가 미장원을 했다" "네파골(오연단)에 살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취재진은 오연단 인근의 미장원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고경찬 씨의 딸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위원장 외조부의 묘비를 가져간 6촌은 아직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친척들과의 인연도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답방을 하면 그도 모습을 드러낼까.
[관련기사] ▶[단독] "김정은 친모 고용희,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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