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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펜션 배기구 연통 청소 안돼, 유독가스 못 빠져나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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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농도 정상치의 15배”

경찰, 불법 증개축 여부도 조사

수능시험을 끝낸 고교생 일행이 참변을 당한 강원도 강릉 펜션 사건의 원인으로 난방용 가스 배관 이상에 따른 일산화탄소(CO) 중독이 지목되고 있다. 18일 펜션 현장 감식을 시작한 경찰은 가스보일러 배기구의 연통 연결 부위가 어긋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펜션의 난방은 실내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로 한다. 1.5m 높이에 있는 가스 배관이 실내를 지나 밖으로 나가는 구조다.

경찰은 실내에 있는 연통 부위에서 가스와 연소 불순물 등이 샜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통이 청소가 안 돼 그을음이 내부에 쌓이면 가스 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연통 접속부 연결이 헐거워져 연기가 실내로 샜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스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건축물 규정을 어긴 것인지도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159ppm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하상가·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질 유지 기준인 10ppm의 15배 수준이다.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ppm이면 일상적인 건물에선 나올 수 없는 것으로 보일러 등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 정도 농도면 보통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를 하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창문이 닫힌 실내에서 일산화탄소에 장시간 노출되면 위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직후 학생들이 집단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 같은 이유로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펜션 예약자가 학부모들이란 점도 반영됐다. 이진호 강릉소방서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펜션은 2013년 10월에 지어졌다. 이후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이용되며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방문한 펜션 한쪽에는 붉은색 글씨로 ‘LPG’라고 적힌 대형 가스통이 있었다. 이 가스통은 각 객실에 연결된 보일러에 가스를 공급한다. 인근 주민은 “재작년쯤에 대형 가스통이 새로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올해 초부터 펜션으로 운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완공 이후 불법 증개축이 없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강릉=박진호 기자, 이승호·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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