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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강릉 도착 하루도 안 돼 참변…사그라진 3명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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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개인체험학습에 참여한 고등학교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던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수사하고 있다. 2018.12.18/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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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1) 서근영 기자 =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숙박하던 중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학생들은 지난 17일 해당 장소에 도착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펜션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택시 2대에 나눠 탄 학생 10명이 이곳에 도착했다.

지난달 수능시험을 치른 동갑내기들은 앞서 1명이 인터넷을 통해 2박3일의 일정으로 이 펜션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번에 10명의 남학생들이 펜션을 찾자 주인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왔느냐. 확인 차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말하며 학생들 중 한명의 부모와 통화한 후 오후 3시쯤 입실을 허가했다.

얽매였던 수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서였을까.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은 그 이후 어딘가로 외출한 뒤 오후 7시쯤 펜션에 복귀했다.

이후 오후 7시40분쯤 펜션 마당에 펼쳐진 텐트 아래에서 바비큐 파티로 저녁을 해결하며 여행의 추억을 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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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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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후에도 에너지 넘치는 그 나이대 또래답게 한참을 웃고 떠들며 지낸 것으로 보인다.

펜션 주인이 다음날인 오전 3시쯤에도 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18일 오후 1시15분 펜션 주인이 시설물 점검 차 이들이 묵고 있던 201호를 방문했을 때 새벽까지 이어지던 소란스러움이 무색하게 정적만이 가득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문을 열고 들어간 주인이 발견한 것은 입에 거품을 문 채 곳곳에 쓰러져있던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입실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젊은 청춘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던 것이다.

이에 펜션 주인은 “학생들이 깨어나지 않는다”라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학생들의 상태를 살펴본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됐고 이에 가스측정기로 점검한 결과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의 8배에 가까운 155ppm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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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숙박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된 고교생 10명 중 생존자들이 소방이 헬기를 통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2018.12.18/뉴스1 © News1 노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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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에 실린 학생들은 최초 강릉아산병원에 6명, 고려병원에 2명, 동인병원에 2명이 각각 이송됐다.

그러나 이들 중 강릉아산병원에서 1명, 고려병원에서 2명 등 총 3명이 사망 진단을 받았다.

동인병원에 이송된 2명도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실이 없어 소방헬기를 타고 원주기독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이들이 이송되는 것을 지켜본 이웃주민 원모씨는 “학생들이 들것에 실려 나오는데 코와 입에서 시커먼 거품이 나오고 있었고 얼굴도 창백했다”며 “처음에 체격들이 커서 학생인줄 몰랐는데 나중에야 학생인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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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저동 펜션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8.12.18/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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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찰과 국과수를 포함해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은 이들이 묵고 있던 방의 베란다에 설치돼있던 보일러시설의 배관 연결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현장 감식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정부는 이날 오후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서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sky40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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