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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당선 뒤엔 러·내셔널 인콰이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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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 흑인에 선거거부 유도”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러시아가, 오프라인에서는 주간 대중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앞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을 덮는 데도 협조해 일찍이 이들의 밀착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A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미 대선을 전후로 ‘트롤부대’(선전·선동 댓글을 다는 계정)를 앞세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흑인을 겨냥하고, ‘인스타그램’을 주요 전장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선전전에서 이들을 인종, 종교, 이데올로기 등으로 나누려는 ‘분할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가 전날 상원 정보위원회 제출용인 러시아의 미 대선 관련 SNS 게시물 보고서 초안을 입수, 러시아가 대선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도 그를 위한 SNS 공작을 계속했다고 보도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트윗 1000만건 이상, 인스타그램 글 11만6000건, 페이스북 게시물 6만1000건, 동영상 분석 결과 1000건 등이 포함됐다.

당시 러시아 기반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텀블러 계정, 구글 광고 등을 통해 흑인을 상대로 한 캠페인을 벌였다. 또 흑인 미디어를 공유·홍보하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도 썼다. IRA는 미 대선을 앞두고 SNS에 미국인의 증오를 부추기는 광고를 잇달아 퍼뜨려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조직이다.

ABC는 “러시아는 흑인들이 선거를 거부하도록 설득하거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잘못된 투표 절차를 안내했다”며 “러시아는 흑인 표를 겨냥해 SNS를 이용했고, 미국에 사회·정치적 불화를 키우려고 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전략을 달리했다. IRA는 ‘애국주의자 되기’, ‘텍사스의 심장’ 등 20여개 페이지를 중심으로 보수 성향 미국인을 설득했다.

IRA의 활동은 지난 2013년 트위터에서 시작된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미국 언론이 페이스북·트위터에서의 IRA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자 IRA가 활동 무대를 인스타그램으로 옮긴 데 따른 것이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은 향후 ‘이미지 싸움’에서 핵심 전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롤부대’보다 강력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오프라인의 우군으로 뒀다. 이는 미국 슈퍼마켓 계산대 주변에 꽂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슈퍼마켓 타블로이드’다.

이 잡지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병, 아동 매춘, 뇌물 수수, 반역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로 다뤘다. 표지에는 ‘힐러리의 뇌종양 드라마’, ‘힐러리 6개월 시한부’, ‘힐러리, 트럼프가에 누명을 씌우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NYT는 “이 잡지는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계정보다 강력했다”며 “이들은 음모론을 슈퍼마켓 계산대 줄까지 이어주는 파이프라인이었다”고 했다. 이 잡지 표지에 실린 내용의 파급 효과는 월 250만~300만달러(약 28억3000만~34억원)를 투입한 캠페인의 효과와 맞먹는다고 NYT는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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