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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소설, 디테일 살린 ‘직장 갑질’ 주류…시, 일상적인 비의·비애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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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응모작의 두드러진 경향

경향신문

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장석남·김민정·신용목 시인(왼쪽부터)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응모작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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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많은 이들이 작가의 꿈을 품고 경향신문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다. 사회적 문제와 시대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고 호흡한 작품들이 다수를 이뤘다. 시 786건(1건당 평균 5편), 소설 642편, 문학평론 18편이 응모됐다. 미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가나 등 해외 곳곳에서 원고를 보내왔다.

시는 786건(한 건당 평균 5편)

소설 642·문학평론 18편 응모

미국·가나 등 해외 곳곳서 원고

당선작은 내년 1월1일자 발표


‘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응모 마감은 지난 4일이었다. 소설은 10일 예심을 진행했고, 시는 14일 예·본심을 통합해 심사를 마쳤다. 소설은 강유정 문학평론가, 정한아·정용준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다. 시는 장석남·김민정·신용목 시인이 심사에 참여했다.

■ 디테일이 살아있는 ‘직장 갑질’ 이야기

주로 20대 젊은층이 쓴 ‘소설’

대한항공·양진호 폭력 등 반영

직장 문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페미니즘·퀴어서사 두드러져


소설 응모자 가운데 20대 젊은층이 다수를 이뤘다. 두드러진 경향은 직장생활이나 사회 속의 갑을관계를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항공 총수일가와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폭력 등 권력관계를 이용한 갑질에 대한 폭로와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평론가는 “회사, 아르바이트, 대학원생 등 갑을 권력관계를 다룬 소설들이 전폭적으로 늘었다”며 “실제 직장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소설이 많았다”고 말했다. 창비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도 IT업계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정용준 작가는 “예전에 많이 나왔던 아르바이트를 다룬 청년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직장 생활의 문제를 디테일을 살려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문학의 두 가지 키워드였던 ‘페미니즘’과 ‘퀴어’ 역시 신춘문예 응모작에서 두드러졌다. 정한아 작가는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회사 생활에서 여성으로 겪는 문제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말했다.

정용준 작가는 “여성 화자가 예민한 결로 일상의 문제점과 차별을 싸늘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서사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퀴어서사가 주류 문단에서 많이 발표되는 가운데 동성애 등 퀴어서사를 다룬 응모작도 많았다고 심사위원들은 전했다.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비슷한 ‘기성작가풍’의 소설도 눈에 띄었다. 강 평론가는 “개성적이고 돌출적인 작품들보다 기존 작가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황정은, 손보미, 최은영 등의 소설이 연상되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심사위원들은 전했다.

구체적 디테일이 살아있는 직장생활 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 증가한 반면 SF나 역사소설 등 장르적 요소를 포함한 작품들과 개인의 내면을 파고든 작품은 줄었다. 강 평론가는 “예전엔 1인칭으로 자기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내면 독백적인 소설이 많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 짓눌린 아픔, 일상적 비의를 그린 시

일상 속 미시적 순간 짚은 ‘시’

과장된 수식·멋부림 대신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 담아


소설이 외부로 눈을 돌린 데 비해 시 응모작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다수를 이뤘다. 역시 20대 젊은 예비 문인들의 도전이 많았다.

신용목 시인은 “지난해에는 성폭력 폭로 등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이야기가 많았던 반면, 이번에는 거의 없었다. 일상 속에 끼어든 비의·비애를 그린 시들이 많이 보였다”고 평했다.

장석남 시인은 “다양한 체험보다는 일상 속 미시적인 순간을 짚어낸 시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이전엔 사회에서 도태된 경우 사회구조에서 원인을 찾고자 했다면 이젠 도태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가 됐다”며 “복잡한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세계라는 실상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김민정 시인은 “사회적 문제 때문에 짓눌려 있는 느낌은 들지만 싸우는 게 아니라 아픈 걸 망설임 없이 내세우는 느낌이 들었다”며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책처럼 아프거나 병든 걸 쉬쉬하는 게 아니라 망설임없이 내세우는 작품들도 보였다”고 말했다.

과장된 수식이나 시적인 멋부림 대신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보였다. 김 시인은 “시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굴레로부터 많이 벗어난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으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었다”며 “ ‘이건 어때’라는 자신감도 묘하게 보였다. 활발하게 행보를 하진 않지만 완전히 지는 자세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문학평론 응모작은 소설가 김영하, 이승우, 이장욱, 심보선 시인 등 중견작가를 다룬 글부터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임솔아 등 젊은 작가의 작품을 다룬 글까지 다양했다.

소설·평론은 본심이 진행 중이며, 당선자에겐 개별적으로 통보한다. 당선작은 내년 1월1일자 경향신문에 발표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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