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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제주4·3수형인 재심서 검찰 "혐의 못찾겠다"…공소기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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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달 17일 선고…4·3군사재판 불법성 첫 인정 여부 관심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여기 모든 분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7일 제주지법 법정에서 열린 제주4·3 수형 생존피해자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최종 의견 진술을 읽어 내려갔다.

70여년 전 자신들을 재판에 세웠던 검찰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발생했던 당시의 피해를 인정하고 위로하는 말을 하자 참관인이나 수형인 피해 가족 중에는 간혹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제주지검 공판 검사는 이날 재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양근방(85) 씨 등 18명을 재판에 세운 당시 검찰이 법적으로 잘못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양 씨 등 18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 선고를 재판부에 요구했다.

연합뉴스

제주지법 들어서는 수형 피해자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4·3 사건 수형 피해자들이 26일 오후 열린 재심 두 번째 형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8.11.26 jihopark@yna.co.kr



4·3 생존 수형인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양 씨 등 18명에 대한)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이 불법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구형"이라고 말했다.

또 "재판에 넘긴 것 자체를 무효로 하면 18명 모두 당연히 무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생존피해자 김평국(88) 씨는 "처음 재판을 시작할 때는 이웃들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봐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내 몸과 마음을 묶었던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

4·3 수형 피해자 재심…'70년 한' 풀리나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29일 오후 4·3사건 수형 피해자이 이날 열리는 재심 형사재판을 앞두고 제주지법 앞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8.10.29 dragon.me@yna.co.kr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은 지난해 4월 제주지법에 불법 군사재판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제주4·3 당시 계엄령과 국방경비법에 의해 1948∼1949년 이뤄진 군사재판 자체가 위법했으며 불법 구금과 고문 등으로 모든 것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형인명부에 따르면 4·3수형인은 2천530명에 이른다.

대부분 징역 15년이나 무기징역 등 중형에 처했으며 한국전쟁 발발로 행방불명되거나 옥고로 숨졌다.

제주지법은 내년 1월 17일 최종 선고를 할 예정이다.

사법부가 이들 1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경우 4·3 군사재판이 불법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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