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내 아들 용균이를,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 죽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머니 김미숙씨, 청와대 앞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촉구

대책위, 21일 ‘촛불행진’…22일부터 범국민 추모대회 개최

경향신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습니다. 공기업에서 어떻게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아들,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김용균씨(24)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17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이 아들을 죽였다”며 오열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청와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아들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일했는데 지금 그 기계만 서 있고 같은 위험에 노출된 1~8호기에서는 계속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죽음의 일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제 아들의 기숙사에 가봤다”면서 “문 앞에 택배회사에서 아들에게 온 작은 상자가 있었는데, 뜯어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다. 그 영화에 나오는 반지를 사달라고 했는데 사주지 않았다. 뜯어본 소포에 그 반지가 있었다. 그렇게도 갖고 싶던 반지였는데, 결국 끼워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다”며 울었다.

김씨는 “우리 아들의 바람대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 용균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인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대표단의 만남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대책위는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배상, 비정규직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또 하청노동자들이 위험 업무로 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1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것도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용균씨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를 마련한 데 이어 22일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 계획이다. 21일에는 ‘1100만 촛불행진’을 열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