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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국어 공부 10여년 중국인 유학생 시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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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박사과정 왕리췬 씨 '호서문학 신인상' 수상

연합뉴스

한국서 시인 등단한 중국인 유학생 왕리췬 씨
[배재대 제공]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한국이 좋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한 중국인 유학생이 공부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한국에서 시인이 됐다.

17일 배재대에 따르면 이 대학 대학원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왕리췬(王立群·32) 씨가 '2018년 호서문학 여름호'에 자작시 5편을 출품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왕씨가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중국 산시성 출신으로 웨이난 사범대 중문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07년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이 대학 한국어문학과로 편입해 학부 과정을 마쳤다.

이후 왕씨는 이화여대에서 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 모교로 돌아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한국 현대문학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16년 배재대 대학원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이유다.

처음 한국어를 배운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왕씨의 설명이다.

배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자작시를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인 '호서문학'에 출품했고 이 가운데 '잠'과 '환자' 등 2편이 신인상을 받게 된 것이다.

호서문학 심사위원들은 작가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마음이 시켜서 적은 글 몇 줄이 큰 상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며 "중국인이 한국의 시를 공부한다는 모습을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씨는 내년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학위 논문 주제는 시인이자 배재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영석 교수의 시 세계로 정했다.

그는 김 명예교수의 시 세계를 폭넓게 연구했다. 김 명예교수의 시는 노장사상처럼 동양적 고찰을 담고 있다는 게 왕씨의 설명이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왕씨는 "배움이 깊어질수록 인복(人福)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준 많은 교수님께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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