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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별' 단지 3년도 안됐는데 집에 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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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최근 연말인사에서 9명이 새로 임원이 됐다. 이번 인사에서 퇴임한 임원은 1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새로 임원이 배출되는 숫자만큼 기존 임원이 옷을 벗는데, 이 회사는 2배 가까운 임원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도 전체 임원 규모를 10% 가까이 줄였다. 삼성전자 역시 신규 임원보다 옷 벗은 임원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요즘은 재취업도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임원 승진을 안 하는 게 더 좋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임원 숫자를 대폭 줄이면서, 연말 재계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불확실한 내년 전망을 이유로 선제적인 다운사이징(downsizing·몸집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에 나선 대기업… 세대교체성 임원 교체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이 됐지만,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연구기관 CXO연구소가 주요 10대 기업에서 지난해 퇴직한 임원 388명을 추적 분석해본 결과, 1~3년 사이에 퇴직하는 임원 비율이 39.7%(154명)로 가장 많았다. 퇴직 임원 10명 중 4명은 임원을 달고 3년 내에 물러난 것이다. 3년 이하 중에서도 임원 2년 차에 옷을 벗는 경우가 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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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아날로그 세대 임원을 대폭 물갈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에서만 23명의 임원이 떠났고,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계열사는 전체 임원 규모를 20% 가까이 줄였다. 이와 동시에 1980년생인 류병훈(38) SK텔레콤 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고, 1970년대 출생이 신규 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젊은 임원들은 대거 전진배치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새로운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아날로그 세대들을 변화·교육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올해 임원 인사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거 내보냈기 때문에 인사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임원 승진 폭을 늘린 LG그룹의 경우 퇴직 임원 숫자 역시 크게 늘었다. 올해 LG계열사에서 옷을 벗는 전체 임원 수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로 예정돼 있는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상당수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60대 사장·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이에 따라 유례없이 많은 대기업 임원이 헤드헌팅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다. 국내 헤드헌팅 회사인 패스파인더에는 요즘 이력서를 내겠다는 연락이 하루 5통 이상 오고 있다. 대부분 전직 대기업 상무·전무·부사장 등 고위급 기업 인재다. 김재호 대표는 "최근 연말 인사철을 맞아 지인 등을 통해 이력서를 내고 싶다는 연락이 급증했다"며 "이분들을 전부 다 면접하면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어, 상당수는 내년으로 상담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점점 줄어드는 임원, 재취업은 극소수

문제는 내년 경제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조기 퇴직자들의 재취업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경총이 실시한 경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CEO 절반이 "내년에는 긴축 경영을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임원 숫자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XO연구소는 국내 100대 기업의 내년 임원 숫자를 6790명으로 예상했다. 국내 임원 숫자는 2014년 721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임원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직원 숫자도 덩달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00대 기업 내에서 임원 1명당 평균 직원 수는 125명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도 3000~6000명 정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오일선 소장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으로선 생존의 문제이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당분간 100대 기업 임원 숫자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고급 인력의 재취업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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