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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코레일의 관제 업무, 항공사가 관제탑 맡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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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KTX 탈선사고 계기… "관제는 제3기관서 맡아야" 목소리

지난 8일 오전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당시 코레일 산하 철도교통관제센터에는 탈선 지점 인근의 선로전환기가 고장 났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실제로는 강릉선 선로 탈선 지점의 다른 선로전환기가 고장 난 것인데, 케이블 연결 불량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두 개의 선로전환기 케이블이 서로 엇갈려 연결된 것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조사 기관은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당시 관제센터에서 (인근 선로전환기가 고장 났으니) 열차가 시속 40㎞ 정도로 감속 운행하도록 지시했거나, 현장에 위험 상황이 없는지 확인 후 열차를 통과시켰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제센터는 열차의 통행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당시 교신록을 보면, 관제센터는 열차가 탈선하기 직전까지 다른 열차들 운행이 지연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안전보다 열차 운행 효율성을 우선했던 것이다.

◇"대한항공이 공항 관제 업무 맡는 격"

왜 관제센터는 사고 당시 좀 더 신중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관제센터가 코레일 소속이란 점을 들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이 철도 운행을 지시하는 관제 업무를 맡는다는 건, 대한항공이 인천공항 관제탑을 운영한다는 소리와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 사고가 나면 코레일이 개입하면서 중립적인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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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열차자동제어장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앞 열차와 간격, 추돌 방지, 속도 유지 등을 기록하는 이 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관제센터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위 기관인 국토부에 알리지 않았다. 후에 감사원이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적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도 운영사인 코레일이 아닌 별도 기관에서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선 철도 관제 업무는 제3 기관이

정부는 철도 관제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이나 제3의 기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코레일 반대로 무산됐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는 철도 시설을 관리하는 조직(우리나라의 철도시설공단)에서 관제 업무를 맡는다. 한 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은 자신들이 감시받는 상황을 피하고자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철도와는 다르게 항공 분야에선 항공사가 관제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 항공기가 우리나라 공항에서 이착륙할 때 관제는 국토부 항공교통본부 소속 관제사(공무원)들이 담당한다.

코레일이 철도 시설 유지 보수까지 담당하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설을 설치한 철도시설공단이 관리를 더 잘할 텐데 코레일이 조직을 유지하려 이 업무까지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 전문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이 가진 독점적 권한들을 줄여서 철도 환경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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