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KTX 탈선사고 계기… "관제는 제3기관서 맡아야" 목소리
하지만 일부에선 "당시 관제센터에서 (인근 선로전환기가 고장 났으니) 열차가 시속 40㎞ 정도로 감속 운행하도록 지시했거나, 현장에 위험 상황이 없는지 확인 후 열차를 통과시켰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제센터는 열차의 통행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당시 교신록을 보면, 관제센터는 열차가 탈선하기 직전까지 다른 열차들 운행이 지연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안전보다 열차 운행 효율성을 우선했던 것이다.
◇"대한항공이 공항 관제 업무 맡는 격"
왜 관제센터는 사고 당시 좀 더 신중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관제센터가 코레일 소속이란 점을 들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이 철도 운행을 지시하는 관제 업무를 맡는다는 건, 대한항공이 인천공항 관제탑을 운영한다는 소리와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 사고가 나면 코레일이 개입하면서 중립적인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14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열차자동제어장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앞 열차와 간격, 추돌 방지, 속도 유지 등을 기록하는 이 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관제센터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위 기관인 국토부에 알리지 않았다. 후에 감사원이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적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도 운영사인 코레일이 아닌 별도 기관에서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선 철도 관제 업무는 제3 기관이
정부는 철도 관제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이나 제3의 기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코레일 반대로 무산됐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는 철도 시설을 관리하는 조직(우리나라의 철도시설공단)에서 관제 업무를 맡는다. 한 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은 자신들이 감시받는 상황을 피하고자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철도와는 다르게 항공 분야에선 항공사가 관제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 항공기가 우리나라 공항에서 이착륙할 때 관제는 국토부 항공교통본부 소속 관제사(공무원)들이 담당한다.
코레일이 철도 시설 유지 보수까지 담당하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설을 설치한 철도시설공단이 관리를 더 잘할 텐데 코레일이 조직을 유지하려 이 업무까지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 전문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이 가진 독점적 권한들을 줄여서 철도 환경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