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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망사고 태안火電 하청업체,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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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사고

두달전 안전검사 합격 판정 받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24)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충남 태안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날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한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김씨의 동료들은 추모사를 낭독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은 16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으며, 사업장 전 영역을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 20분쯤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시각은 10일 오후 11시 이전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당시 홀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변을 당했다. 그는 지난 9월 17일 한국서부발전의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조선일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24)씨 추모 집회에서 동료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김씨가 입사 직전인 지난 9월 자택에서 웃으며 거수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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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업무 특성상 한국발전기기술의 운영지침에는 '2인 1조 근무 규정'이 있었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잘 시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던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장 근로자를 조사한 결과 '관례적으로 2인 1조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2인 1조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의 사고를 두고 운영사와 하청업체에서 안전 점검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가 난 운반설비는 두 달 전 실시한 안전검사에선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청업체 측은 사고 설비를 포함해 올 들어 28건의 작업시설 개선을 서부발전 측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부발전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 점검구의 위치와 크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전문업체에 의뢰했지만 시설 붕괴 위험이 있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와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업체의 안전교육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숨진 김씨의 동료들은 경찰 조사에서 "업무 시작 전 회의를 하면서 안전 구호를 외치는 것 말고는 안전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입 직원은 4~5일간 경력 있는 동료를 따라다니며 대처요령 등을 배우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한국발전기술 현장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근무 매뉴얼과 작업지침서 등을 제대로 따랐는지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본사에도 하청업체의 안전 규정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수칙이 지켜지는지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안=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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