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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말 많은 '4지선다' 국민연금 개편안···"정책방향 모호" 곳곳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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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지난 14일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를 내놓은 뒤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연금재정을 탄탄히 하는 걸 중시할 것인지, 노후소득보장을 늘릴 것인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러 개의 선택지를 내놨기 때문이다. 연금의 미래상을 그려보이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대신 ‘여론’에 기대려는 것은 정책에 대한 책임성이 부족한 태도이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 또한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 15일 성명을 내고 “재정안정화를 지나치게 강조해온 정책목표를 수정하고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 공적연금의 목표를 적절히 제시”했으나 “사적연금을 제외한 공적연금만으로 ‘적정 노후생활보장’이 이뤄지게끔 정책목표를 적극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가지 안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높이는 안,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올리는 안이 포함됐지만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에 안정되게 살 수 있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 현행 9% 유지(1안),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면서 2022년 이후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2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5%로 유지(3안), 보험료율을 13%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4안)을 제시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작 하위계층 노인에게는 정부안에 제시된 ‘공적연금 100만원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3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평균적으로 월 92만원을 받을 수 있다. 4안에서는 월 97만원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소득대체율이 45~50%가 된다 해도,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국민연금에 15~20년 가입한 뒤 받는 돈은 월 30만~40만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재정안정을 우선시하는 쪽에서도 불만을 드러낸다. 1안과 2안에 따르면 2057년, 3안에선 2063년, 4안에선 2062년에 연금재정이 고갈된다. 이번 개편안에는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고 보험료를 올리는’ 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기가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3안과 4안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리는 내용인데, 재정안정화 방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내놨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초연금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지도 문제다. 개편안에는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거나 2022년 이후에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에 월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기초연금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2028년 40조원을 돌파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혜택을 늘린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으나,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린다 해도 10년만 지나면 소요예산이 28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들이 낸 기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세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윤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복지부의 개편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12월 말에 국회에 제출된다.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최종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의 정용건 위원장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나 사각지대 해소 문제 등은 국민들의 의견을 비교적 잘 담은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책임있게 하나의 안을 내놓지 못하고 나열을 해놓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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