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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바캉스 르네상스'…韓 기업 베트남 진출 러시-朴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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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스즈키컵 제패 박항서발 한류 이어져…탈중국 이후 투자확대로 경제동맹 위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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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가운데)이 15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AFP)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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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민들이 저를 사랑해주신 만큼 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스즈키컵을 제패해 베트남에서 한류 물결이 크게 일면서 우리 기업들의 선전과 도약이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16일 "이른바 '바캉스(박항서 현지 발음) 열풍'은 중국의 사드(THAAD) 무역보복과 미중 통상전쟁 여파로 경색됐던 우리 경제에 심리적인 돌파구"라며 "현지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양국 간 투자와 교역 확대는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수출 무역창구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현지의 한류는 우리 기업들의 기민한 대응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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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베트남 닌빈성에 위치한 현대탄콩 합작법인(HTMV)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탄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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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의선 부회장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현대차는 위탁생산을 하려던 전략을 수정했다. 먼저 현지에 진출한 일본을 경계해 베트남 탄콩에 차량 위탁 생산을 맡기는데 그쳤다가 지난해 부랴부랴 합작법인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3월 탄콩과 지분 50%씩을 보유한 HTMV를 설립했고 이는 동남아 첫 사례로 꼽힌다.

급히 만들었지만 합작사 HTMV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올해 11월까지 5만7419대(소매기준)의 자동차를 판매해 지난해(2만8745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상기된 현대차는 기세를 몰아 제2 조립공장도 건설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차량 생산을 시작한 HTMV는 2017년 월평균 2000여대를 생산했으나 지난 10월 6000여대까지 생산량을 늘렸다. 정의선 부회장도 지난 6월 HTMV를 직접 찾아 조립 라인을 점검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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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베트남 하노이 시(市) 총리 공관에서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베트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SK와 베트남 정부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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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는 단순히 수출과 판매를 넘어선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상하고 있다. 2000년대 초 현지 통신시장에 진출했다가 한 차례 실패를 곱씹고 후퇴했지만 최 회장의 독려로 자원개발 성과를 내면서 권토중래했다.

지난해 최회장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국가 컨설팅을 제안했는데 다소 추상적이던 계획은 지난 9월 베트남 대기업인 마산그룹 지주사 9.5%(약 5264억 원)에 대한 투자로 구체화됐다. 최회장은 이어 올 11월 응우옌 총리와 다시 만나 '현지 공기업 민영화 참여'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혁신센터 설립'를 제안했고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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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은 지난 6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인 빈그룹(Vin Group) 본사에서 팜 느엇 브엉 빈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그룹



최근 제2의 도약을 선언한 한화는 그룹의 첨단 미래산업인 항공분야의 투자를 베트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달 초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직접 현지를 찾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

김회장은 또 현지 최대기업인 빈(Vin) 그룹의 팜 느엇 브엉 회장을 만나 제조, 금융, 관광 분야의 시너지 창출 방안을 협의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효성 사령탑에 오른 조현준 회장도 해외 1순위 투자처로 베트남을 꼽는다. 효성은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폴리프로필렌(PP) 공장 등 화학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또 중부 광남성 땀탕공단에서도 2공장 부지를 물색해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시설을 계획 중이다. 효성이 2007년 이후 베트남·동나이 법인에 투자한 자금은 약 2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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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이 지난 10월 30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베트남 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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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중 베트남 투자에 압도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 약 7000개는 물론 현지 500대 기업 중에서 삼성전자의 기여도는 범접하기 어려운 1위로 평가된다.

현지 고용인원이 30만명(협력업체 포함)을 넘어섰고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 가량(약 50조원)을 담당하고 있다. 1995년 백색가전 생산을 기점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등의 IT기기 생산을 현지에 집중하면서 국민기업이 됐다.

지난 10월 베트남을 찾아 총리와 면담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베트남의 더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과 삼성에 대한 견제를 피해 베트남에서의 생산영토를 넓히려는 계획이다. 베트남은 삼성에 반도체와 인프라, 금융, IT 등의 사업진출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2020년 베트남과 교역액은 1000억 달러(약 107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무역협회 전망)된다"며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으로 달려가면서 지난해 3위 수출국으로 부상한 베트남은 앞으로 경제동맹 수준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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