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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연합시론] 북핵 교착 속에서도 민족동질성 회복 위한 교류는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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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표정으로 북핵 협상에 느긋하다.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북미 간 교착상태가 더 길어질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왔다.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속도조절론'을 재확인 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중간선거 직후에도 대북 협상과 관련해서 "서두를 게 없다"는 말을 7번이나 반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비핵화에 대해 "갈 길이 멀다",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의 속도조절 내지 장기전에 대한 언급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원론적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내년 1~2월로 예상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8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의 북미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된 사실이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북미 관계의 교착으로 인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발전도 답보상태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발목을 북핵 문제가 잡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탓에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만 3년이 다 되도록 재개되지 않고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대대적인 착공 행사를 열기로 최근 합의했다. 그러나 착공식이 열리더라도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북 제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착공식은 남북 정상 간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과 이 사업에 대한 남북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북핵 문제가 남북·북미 관계의 핵심적 요소 가운데 하나이지만 북핵이 남북관계의 모든 면을 좌지우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북핵으로 인한 정치·군사·외교적 상황이 어떠하든 남북이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야 할 게 있다. 문화·학술·체육 등 남북교류를 통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다. 이런 분야는 대북 제재와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다. 보건·의료 등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남북의 2020년 도쿄올림픽 공동진출과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합의는 동질성 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사례다.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을 올해 재개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다. 2016년 이후 끊긴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역시 내년에는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3·1 독립운동도 한민족임을 확인하는 공동행사로 치러져야 한다. 남북이 둘로 갈라져 대립한 지 70여년이 흐르면서 각 분야에 쌓인 이질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동질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벌여야 한다. 이런 노력이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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