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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인권위 "故 김용균 죽음은 '위험 외주화'…원청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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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으로 끼니 해결하며 조명도 없이 위험장소서 일해

"특수고용 노동자 생명·안전 위협…법·제도 개선시급"

뉴스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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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24)가 평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했고, 조명장치도 없이 위험장소에서 작업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위험업무 외주화의 실태조사와 법·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16일 성명을 통해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로 희생된 하청업체 소속 청년노동자 김용균님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에 "위험업무 외주화에 따른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컨베이어 운전원이었던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1시쯤 홀로 컨베이어 소음 점검 작업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특히 전날(15일) 김씨의 유품으로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과 슬리퍼, 작업복,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속옷과 세면도구 등이 공개되고 그가 컨베이어에서 수시로 낙탄 제거 작업을 했으며, 불규칙한 지시 탓에 매번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한국발전기술은 김씨의 사망에 대한 사고 보고서를 내놨지만,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았고, 서부발전은 책임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통해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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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충남 태안화력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24)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는 사고 발생 열흘전에 현장 대기실에서 릴레이로 SNS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입니다’ 란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김용균씨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2018.12.12/뉴스1 © News1 김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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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씨가 위험 현장에서 홀로 일하다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재점화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주요 사고와 노동재해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사내하청'이자 '청년'이란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고도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 내에서 발생했으며, 컨베이어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유해·위험기계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입사 3개월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 하청노동자가 홀로 점검업무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져야 할 사용자의 의무까지도 하청업체로 외주시키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수고용 등의 노동자들은 불안전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에까지 노출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 위원장은 "2014년 인권위의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 및 2015년 제도개선 권고, 국회의 관련 입법안 발의에도 여전히 많은 하청노동자가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원청 사업주는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에 관해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Δ법·제도적 보완을 통한 적극적 조치 Δ유해·위험 작업 상시적 업무의 사내하도급 전면 금지 Δ원청의 책임 범위 확대 및 강화 Δ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논의 재개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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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5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고(故) 김용균씨(24) 유품을 공개했다. 유품에는 김씨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면봉,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 등이 들어있었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2018.12.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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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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