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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조금이라도 벌려고 나왔지"…노모 상인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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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켜고 이불덮고 손님기다리는 상인들

"아들도 인터넷·마트서 사는데"…한숨만

뉴스1

연일 추위가 이어지는 15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1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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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한산 기자 =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누가 전통시장을 찾겠어. 따뜻한 마트로 다 몰려가지."

15일 오전 10시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은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상인들은 좌판에 상품들을 진열해 놓고 난로와 이불로 추위를 피해가며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양동시장에서 40년 넘게 쌀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모씨(81·여)는 "날이 추워지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어. 장사 안 되는거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벌려고 어쩔 수 없이 나와 있다"며 "누가 추운데 밖에서 장을 보겠어. 내 자식들만해도 다 마트 가서 장보고 그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함모씨(70·여)는 "요즘 사람들은 값싼 것보다 편한 걸 찾는 것 같아. 우리때는 먹고 살기 어려워 10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시장을 찾았다"며 "나도 가끔 마트를 가면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 그렇게 비싸도 사람들은 편한 마트를 찾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곳곳에 중대형 마트가 들어선데다 연일 지속되는 맹추위,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시장상인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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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추위가 이어지는 15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12.1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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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시장에서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서모씨(53)는 따로 사는 자신의 아들마저 생활용품 등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서씨는 "요즘 인터넷쇼핑이니, TV 홈쇼핑이니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상품을 구매하니 시장이 무슨 장사가 되겠습니까"라며 "하다못해 음식도 집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면 주문할 수 있는 시대 아닙니까. 내 아들놈들도 마트는 가도 시장은 안 다니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나마 정육점과 젓갈 가게 등 김장을 담그는 데 필요한 식품을 판매하는 상점에는 다소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모씨(56)는 "우린 그나마 지금 장사를 바짝 해놓아야죠. 김장철 되기 전에는 우리도 파리 날리며 장사 안됐어요"라며 "김장철 지나고 설날까지는 많이 팔려야 할텐데, 앞으로 날씨가 계속 추울 것 같아 고민된다"고 걱정했다.
h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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