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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혁신성장’ 어쩌나…‘택시·카풀 딜레마’ 빠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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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4일 택시업계의 월급제 전면 도입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택시·카풀을 둘러싼 논의를 이달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당정은 월급제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택시 지원책과 발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월급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며 “택시기사님들과 종사하는 분들의 전향적인 지원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여당 국토교통위원들과 정부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여당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는 ‘혁신성장’은 카풀 등 신산업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여권이 함께 추진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려면 택시업계를 보듬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산업과 신산업의 충돌 속에 정부여당이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먼 미래를 보면 카풀을 적극 도입해야하지만 당장 눈 앞 택시업계의 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는 표로 먹고 사는데 택시업계 6만여명이 똘똘 뭉친 상태”라며 “특히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목소리 큰 택시업계 입장을 완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여권 일각에서는 카풀이 혁신성장이 아니라 골목상권 침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카카오 택시 서비스 공짜로 해주면서 빅데이터 수집한 뒤 결국 이런 일을 하려고 한 것이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일보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카풀 규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카풀 앱 영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이 내놓은 택시 월급제 전면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택시업계 종사했던 A씨는 “사납금 때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사측에서 그 안을 받을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현재 사납금을 받는다. 택시기사가 회사에 하루에 벌어들인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받는데, 1997년부터 택시 사업주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기사에게 받은 뒤 월급을 지급하도록 하는 전액관리제가 도입됐다. 월급에서 운송수입금 일정액(사납금)을 제외한 금액이 기사가 받는 실질 보수다.

산업계에서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대 입장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가면 우버로 곳곳을 누빌 수 있고 동남아에 가도 그랩앱을 이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택시업계 밥그릇 지켜주자고 더 큰 시장을 언제까지 미뤄둘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택시업계는 만연한 속임수와 불친절로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정체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기존 택시업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관광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등 주변으로 확대하려면 차량공유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카풀 도입과 택시 산업의 상생이다. 여선웅 쏘카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한국형 모빌리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체 택시의 10%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 총량을 제한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모두 한 발 물러서야 가능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택시업계는 지난 10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소속 기사 최모(57)씨의 분신 사망으로 격앙되어 있다. 반면 카카오는 서비스 시행을 하는데 있어서 법적 검토를 마쳤고 당장 도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 7일 시범 서비스에 이어 17일부터 정식 카풀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 10일 한 택시 기사가 카풀 반대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한발 서비스 시작을 잠정 유예했다. 이번 서비스 출시 연기로 국내 승차 공유나 차량 공유 등의 서비스는 멈춰섰다. 2013년 8월 우버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로 1년 반 만인 2015년 3월 철수했다. 현재 우버는 국내에서 고급형인 ‘우버 블랙’이나 시간제 차량 대절 ‘우버 트립’만 운영 중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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