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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샤토 무통 로칠드가 그랑크뤼 1등급이 된 것은 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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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원, 알마비바 탄생시킨 로칠드의 실험정신

저가와인 이미지 프랑스 랑그독에 도멘 바로나크 세워

로칠드의 명품 DNA ‘슈퍼 랑그독’으로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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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의 상징인 술의 신 바쿠스


프랑스 보르도는 전세계 와인의 심장으로 불립니다. 이곳에서 유명한 그랑크뤼 클라세(Grand Crus Classe) 와인들이 생산되기 때문이죠. 그랑크뤼 와인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1855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유명한 보르도 와인들이 전시되는데 나폴레옹 3세는 와인을 유통하는 네고시앙들에게 당시 팔리던 가격을 참고해 1∼5등급까지 순위를 정한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해서 60여개 와인이 그랑크뤼 클라세에 오르는데 사실 이는 당시 전시를 위한 것이어서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때 정해진 순위는 200년 가까이 변동이 없이 요지부동입니다. 아마도 당시 리스트가 향후 200년이 넘도록 그대로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그렇게 대충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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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 출처=홈페이지


단 차례 변동이 있었는데 2등급이던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가 1973년 1등급으로 승급되면서 현재 5대 샤토가 완성됩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를 생산하는 로칠드는 가문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재력가입니다. 이 때문에 샤토 무통 로칠드는 돈의 힘으로 1등급으로 승격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칠드는 원래 1등급에 포함될 정도의 뛰어난 품질이었지만 영국에 뿌리를 둔 가문이어서 최초 그랑크뤼 선정때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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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 셀러


샤토 무통 로칠드가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는 것은 샤토 무통 로칠드의 오너 바론 필립 로칠드(Barone Philippine de Domaine de Baronarques)가 프랑스 와인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업적을 두가지 쌓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특정 샤토의 독창적인 레이블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인 1945년부터 매년 피카소, 샤갈, 달리 등 당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레이블에 담기 시작한 최초의 샤토라는 점입니다. 또 샤토에서 직접 와인을 병입한 최초의 와이너리로 첫 생산한 1924년 빈티지부터 ‘모든 수확을 샤토에서 병입했다’는 문구를 레이블에 넣었답니다. 과거 보르도 와인들은 네고시앙들이 와인을 사서 병에 담아 팔았는데 가격이 비싼 와인일수록 네고시앙들이 다른 와인을 섞어 파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와인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직접 병입을 시작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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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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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비바


또 하나가 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입니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는 다른 나라의 와이너리들과 합작해 명작을 탄생시킵니다. 1979년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사와 나파밸리에 오퍼스 원(Opus One)을 만들었고 1997년 칠레 콘차 이 토로와 함께 새로운 와이너리를 설립해 명품와인으로 유명한 알마비바(Almaviva)를 선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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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네즈 필리핀 로칠드와 두 아들 필립과 줄리앙


바롱 필립 드 로칠드는 이런 실험을 멈추지 않고 프랑스 남부 랑그독 루시옹 리무(Limoux) 지역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최고 경영자 바로네즈 필리핀 로칠드(Baroness Philippine de Domaine de Baronarques)와 그녀의 두 아들 필립(Philippe)과 줄리앙(Julien)은 리무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1998년 리무에 있던 와이너리를 인수합니다. 리무 지역의 중심인 생 폴리캅(Saint-Polycarpe)에서 1650년부터 생 폴리캅 수도원이 소유했던 유서깊은 와이너리 도메 드 람베르(Domaine de Ramber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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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 와이너리 전경


이들은 5년동안 와이너리 양조시설을 전면 개보수해 2003년 도멘 드 바로나크(Domaine de Baronarques) 첫빈티지가 탄생합니다. 보르도 뽀이약 마을 그랑크뤼 샤통 무통 로칠드와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기 때문에 ‘슈퍼 랑그독 와인’이라는 별명이 붙게되죠. 특히 리무 지역 식재 밀도는 헥타르당 3000그루지만 바로나크는 포도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 4600∼7500그루를 심는 고밀도 식재 방법을 사용합니다. 포도나무를 빽빽하게 심으면 뿌리는 영양분 섭취를 위한 경쟁을 하며 깊숙하게 뻗어나가 다양한 토양층의 성분을 품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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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그독 리무 위치와 기후 특징


리무는 샴페인의 원조격인 스파클링을 최초로 생산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바로나크의 등장으로 프랑스 원산지 명칭기관(INAO)가 최초로 리무 루즈 AOC 등급을 부여하게 됩니다. 바로나크의 와인은 기존 랑그독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랑그독은 그르나슈 품종을 위주로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하던 지역인데 도멘 드 바로나크는 대서양 기후 지역에는 보르도 지롱드강 오른쪽 생테밀리옹 와인을 대표하는 메를로를 비롯, 카베르네 프랑과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을 70% 심고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는 말벡, 그르나슈, 시라를 30%로 심어 메를로 위주의 우아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바로나크는 리무 지역 토양이 생테밀리옹 처럼 점토질인 진흙토양이라 메를로가 가장 적합한 품종이라 판단을 내린겁니다. 더구나 랑그독은 더운 지역이지만 리무의 바로나크 포도밭은 해발도고 250∼300m로 일교차가 커 포도의 산도가 좋아지고 토양에는 석회질까지 섞여있는 뛰어난 미네랄을 움켜 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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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도멘 바로나크 매니징 디렉터 Augustin Descha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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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 2013


도멘 바로나크는 최근 레뱅드매일과 독점 계약하고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도멘 바로나크의 매니징 디레터 어거스탱 데샴스(Augustin Deschamps)씨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관련영상 https://youtu.be/WSswrXI5kEY )

도멘 바로나크 2013은 과일향이 풍부한 메를로의 특징을 잘 살려 잘익은 블랙베리와 블랙체리가 풍성하게 느껴지고 구운빵 등의 풍미도 어우러집니다. 이 해는 메를로가 아주 잘 익어 메를로의 비중을 53%으로 높이고 카베르네 프랑 23%, 카베르네 소비뇽 4%, 시라 12%, 말벡 8%를 섞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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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 2003


특히 2013 빈티지부터 레이블도 바뀝니다. 로칠드 가문 다섯 형제를 뜻하는 화살표가 들어간 문장을 와인 병목 넣어 로칠드 가문의 자부심과 로칠드에 직접 만든다는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또 다소 무섭게 느껴지던 술의 신 바쿠스를 가문의 문장의 여인 얼굴과 합성해 좀 더 부드럽게 표현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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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바로나크 블랑


도멘 바로나크 블랑(Domaine de Baronarques Blanc) 2014는 샤도네이 100%인데 발효와 숙성을 모두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9개월 동안 진행합니다. 발효때부터 오크를 쓰는 양조방식은 주로 프랑스 부르고뉴 샤도네이 생산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오크향이 와인에 잘 스며들어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새 오크는 30%만 쓰고 1년과 2년 사용한 오크를 같이 써서 나중에 블렌딩합니다. 레몬, 감귤 등 시트러스 계열에서 배,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 향까지 느껴지며 입안을 꽉채우는 풍성한 볼륨감 덕분에 우아하고 글래머스런 여인을 떠오르게 만들어요. 오크숙성에서 오는 코코넛, 고소한 헤이즐넛, 버터향도 어우러지고 미네랄과 산도가 뒤를 잘 받쳐줍니다. 알코올 도수가 13.5도로 보통 랑그독 화이트 와인보다 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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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까삐뗄 바로나크


라 까삐뗄 바로나크(La Capitelle de Baronarques) 2013은 도멘 바로나크의 세컨드 와인입니다. 메를로 58%에 말벡 28%, 시라 22%를 섞었으며 검붉은 자두, 감초, 스파이시한 후추향과 농축된 과실향, 꽃향이 도드라집니다. 또 잘익은 와인에서 느껴지는 3차향인 가죽향, 유칼립투스와 민트같은 허브향이 매력적으로 입안을 채웁니다. 재미있는 것은 샤토 무통 로칠드를 8개월 숙성한 오크통에서 까삐뗄을 완성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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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봉 수석 소믈리에(오른쪽)


JW메리어트 동대문 서울의 정하봉 수석 소믈리에는 “메를로를 많이 넣은 것이 특징이며 말벡과 시라를 블렌딩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입안에서는 라운드한 질감이 느껴지는 남성적인 와인으로 음식 없이도 편하게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2013 빈티지인데도 벌써 가죽향, 애니멀 노트 등 잘익은 3차향이 올라와 오래 숙성시키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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