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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국민연금 개편까지 세금으로 눈속임할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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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14일 국민연금 개편의 네 가지 안(案)을 내놨다. 지난달 7일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퇴짜 당한 후 한 달 넘게 지나서다. 당시 복지부는 연금 액수를 올리는 대신 보험료율도 현행 9%에서 12~13%로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보고했었다. 이에 청와대는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덜 내고 더 받게 하라는 것이다. 이런 마술은 없다.

이번에 다시 제시된 복지부 안을 보면 마술은 없다는 상식이 다시 확인될 뿐이다. A안은 현행 유지고 C안·D안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청와대가 퇴짜 놨던 안 그대로다. 결국 나머지 B안이 주목받고 있다. B안은 국민연금은 지금대로 그냥 두고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편안이 아니라 기초연금 인상안이다.

현행 기초연금 25만원(소득 하위 20%는 30만원)을 주는 데도 내년에 세금 14조9000억원이 든다. 노인 인구는 계속 느는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면 세금 부담이 순식간에 연 30조, 40조원을 넘을 것이다. 이 세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국민이 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안 올린다고 하면서 뒤로 세금을 더 걷는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것이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자고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세금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현행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 고갈된다. 그때쯤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45%를 넘을 것이다. 세금 낼 젊은이가 없는데 어떻게 국민연금 메울 세금을 만들겠다는 건가.

국민연금 개편은 보험료율 인상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뻔한 계산이다. 우리는 보험료율이 소득의 9%지만 독일은 18.7%, 영국 25.8%, 미국 13.0%, 노르웨이 22.3%다. 일본 역시 2004년 이후 13.58%이던 보험료를 18.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왔다. 일본 정부는 국민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국민에게 설득했다. 우리는 1998년 이후 보험료율이 20년간 9% 수준이다. 역대 정부가 무책임하게 폭탄 떠넘기기만 해온 것이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걸 솔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금 이 정부에 미래에 대한 '책임 의식'이나 국민에 대한 '솔직한 고언'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 온통 대중(大衆)에 영합하고 인기 끌 궁리뿐이다. 국민연금 덜 내고 더 받는 마술 부리라고 복지부를 닦달한 게 모든 걸 보여준다. 복지부 공무원 휴대폰 압수까지 했다. 이 정부의 속성으로 볼 때 앞으로 국회에서 여당은 보험료 안 올린다면서 뒤로 세금으로 막는 눈속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눈속임에 넘어가면 결국 국민 모두가 감당하지 못할 사태를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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