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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유죄 판결…사상 첫 방송법 위반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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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징역1년·집유2년

방송법 31년만에 첫 유죄 사례

“정치권의 언론에 대한 부당간섭

‘관행' 이름으로 허용돼선 안 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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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적용된 적 없는 조항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사돼왔던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는 선언입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60) 의원(무소속)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이렇게 밝혔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기본법 제정으로 폐지됐던 방송법이 1987년 11월 부활한 뒤, 이 법에 의한 31년 만의 첫 유죄 판결이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그는 당시 김시곤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참사 초기 불거진 ‘해양경찰 책임론’ 관련 보도를 무마하려 했고, 이런 사실은 2016년 6월 전국언론노조의 녹취록 공개로 드러났다.

녹취록에는 “(한국방송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뉴스를 내고 있다” “(보도에) 의도가 있어 보인다” “(보도를) 다른 거로 대체를 좀 해주든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을 해달라” 등 이 의원의 압박성 발언이 생생하게 담겼다.

검찰은 1년6개월 가까이 수사를 끌다 지난해 12월에야 이 의원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법은 방송편성에 대한 부당한 규제와 간섭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오 판사는 이 의원의 행위가 ‘국가권력에 의한 보도 통제’로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홍보수석의 요구는 보도국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의사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 의원 쪽은 ‘역대 방송법 위반 처벌자 0명’을 강조하며 무죄 판단을 촉구했다. “한번도 적용된 적 없는 법률로 현역 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오 판사는 “방송법 위반 기소와 처벌이 전무했던 이유는 이를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국가권력이 방송 관계자와 접촉해 편성에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이를 관행 정도로 치부한 왜곡된 인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홍보수석 본래의 업무수행”이라거나 “시급한 오보 정정”이었다는 이 의원 쪽 주장에 대해서도 “홍보수석 지위를 통해 방송 편성권자와 손쉽게 접촉해 방송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위험한 인식”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형량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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