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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속보]‘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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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60·무소속)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치권력이 방송에 개입해 형사처벌을 받게되는 사례는 사상 처음이다. 법원은 이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정치권력의 언론 개입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이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이 의원 혐의를 유죄로 보고 이같이 선고했다.

경향신문

2016년 12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의원의 탄핵 찬성 입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등 이야기를 하며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기소됐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의 역할에 따라 잘못된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부탁을 한 것일 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법 조항이 만들어진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한 명도 이 조항을 근거로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의원 행위가 방송 개입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KBS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 전 국장으로서는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뜻을 담아 홍보수석이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홍보수석의 지위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이 사적으로 부탁한 것이라거나, 방송에 영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전화는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항의와 질책을 하면서 보도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였다”며 “통화 때 사용한 용어, 목소리의 크기, 말투, 억양을 봐도 (이 의원이)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강요하거나 거칠게 항의를 표시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명자료를 내는 등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방송이 나가자마자 즉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행위는 설령 (이 의원이) 해경 비판 보도가 나오면 해경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소홀히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했다고 하더라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 개입은 징역형 외에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만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에 이 의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면 의정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의원에 대해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권력을 비롯한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에 개입해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불신이 증폭되는 등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다”며 “국가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개입으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아무도 방송 개입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언제든지 쉽게 방송을 접촉해 원하는 바를 이룸으로써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관행으로 치부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이 계속되도록 용납하는 것 자체가 이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판결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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