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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단독] 오송 KTX 사고에 "직원 정신교육 강화"만 외친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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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경각심 고취 위한 정신교육 강화" 강조
"언론 홍보 및 정보 전달 혼선 발생" 집중 거론
강릉선 탈선 사고에도 노조 입맛에 맞는 주장만

코레일이 지난달 20일 발생한 오송역 단전 사고 관련 대책으로 전 직원 정신교육 강화, 언론 및 승객 대상 홍보 등 지엽말단적인 것들만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코레일은 사고 원인을 시공사에 떠넘기고 시스템 개선 등 재발 방지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달 8일 KTX 강릉선 탈선 등 대형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근저(根底)에는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코레일의 행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코레일의 ‘오송역 단전 사고 관련 개선 방안 보고’ 문서에 따르면 코레일은 잦은 안전 사고 개선 대책으로 직원 대상 교육 강화와 언론 또는 승객 대상 홍보 강화를 주로 거론했다. 당시 사고는 충청북도 오송역 근방에서 전력선이 끊겨 KTX가 5시간 가까이 멈춰선 것으로 열차 수십 편이 지연돼 5만명 넘는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코레일은 이 보고서를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토위는 11일 오영식 당시 코레일 사장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오 사장은 현안 질의를 한 시간 앞두고 강릉선 사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보고서에서 코레일은 ‘철도 사고·장애 예방 안전 대책’으로 가장 먼저 "전 직원 경각심 고취를 위한 정신 교육 강화"를 거론하면서 "소명의식과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소속장 특별 정신 교육 시행"을 거론했다. 또 "여객 및 공중 사상 사고 예방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민생명 지키기 대국민 홍보, 캠페인 지속적 시행 및 홍보 매체 적극 활용"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업 절차 확인 철저" "노후 차량 관리 강화" 등 안전과 직결된 항목은 원론적 언급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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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역을 출발해 진부역으로 향하던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관차 등 앞 2량은 선로를 완전히 이탈해 선로 옆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과 직원 포함, 16명이 다쳤다./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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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오송역 단전 사고에 대한 ‘상황 별 문제점’ 분석에서도 승객 및 언론 대상 소통 부족과 구호 물품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5페이지가 할애된 문제점 분석에서 소통 및 물품 부족을 언급한 비중은 61.4%(제목 포함 줄 기준)에 달했다.

코레일은 "언론 홍보 및 정보 전달에 혼선이 발생했다"고 자평한 뒤 "정확한 상황 전달이 부족해 승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됐고 "상황 대응이 일관되지 못하고 구호 물품 배급이 원활하지 못해 불만이 표출됐다"고 했다. 개선방안도 "열차 승무원, 역 등의 유기적인 의사 소통 방식 보완"과 "사고, 장애 발생시 언론 보도 등 대국민 전파 체계 정비"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응급 구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생수, 빵, 음료, 담요, 핫팩 등 물품 지급을 늘리겠다는 언급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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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오송역 단전 사고 등 잇따른 안전사고 예방 대책으로 가장 먼저 직원 대상 정신교육 강화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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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오송역 단전 사고 원인을 전적으로 충청북도에 돌렸다. 충청북도가 오송역 남쪽에 고가도로를 새로 짓는 과정에서 고속철도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電車線)을 지지하는 조가선(吊架線·messenger wire)를 바꿨는데, 너무 느슨하게 시공하는 바람에 운행하던 KTX 열차의 팬터그래프(열차 지붕 위에 장착된 마름모 꼴 장치로, 전차선과 접촉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에 걸려 끊어졌다는 것이다. 조가선이 끊어지면서, 100m 정도 구간에서 전차선을 통한 전력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은 조가선이 끊어지는 사고로 경부선과 호남선 전체 운행이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원인 분석을 하지 않고 개선책도 내놓지 않았다. 철도 설계에서 각종 사고를 대비해 예비 전력 공급선을 따로 설치하는 ‘2중화 전원 계통’ 설치는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또 사고 다음 날인 21일 새벽까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 운행이 지연된 데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 국토위 보좌진은 "코레일은 이후에도 충청북도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해 발생한 사고였으니 책임 질 것도 없고, 개선안을 내놓을 이유도 없다는 주장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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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코레일이 작성한 오송역 단전사고 보고서 표지.



코레일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철도 업계 관계자들은 "코레일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고가 터질 경우 조직이나 프로세스 문제를 밝히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게 보통인데, 코레일은 내부 혁신은 뒷전이고 남 탓하기 바쁘다"며 "모든 문제가 이전 정부에서 수익성을 강조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철도노조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코레일 경영진의 실태"라고 말했다. 오영식 전 사장은 지난 11일 사퇴하면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분리)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서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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