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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개미군단이 文에 등돌렸다"…주가·지지율 '우울한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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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군단’의 이탈이 가장 큰 문제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A씨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놨다.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힘이 주식시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투자층은 연령ㆍ지역ㆍ직업군으로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여론조사 데이터 분석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리얼미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1%(10~12일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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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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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KOSPI) 지수는 1월 29일 최고점(2607.10)을 찍은 뒤 현재 2089.79로 약 500포인트가 빠졌다. 올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하 리얼미터 기준) 1월 첫째 주 71.6%를 찍은 뒤 지속해서 하락해 이날 48.1%로 23.5%포인트가 빠졌다. A씨는 “마키아벨리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잊을 수 있지만, 재산을 뺏은 사람은 여간해서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며 “주식 시장이 어지간히 회복되지 않고서는 지지율 상승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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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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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코스피 지수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비슷한 경향성을 띄고 있다. 주요 하락 변곡점이 6월 하반기와 9월 하반기로 일치한다.

코스피가 하락한 1차 변곡점은 6ㆍ13 지방선거 이후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 대북주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를 치른 다음주 월요일(6월 18일)에 6개월 가까이 견고하게 지켜오던 2400선이 무너졌고, 2달간 하락세가 지속하며 2240.8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75.9%(6월 둘째 주)에서 58.1%(8월 둘째 주)로 17.8% 포인트가 하락했다. 특히 8월 둘째 주는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60%대 이하로 떨어져 여권을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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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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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기간 주가 하락에 대해 ‘재료 소멸’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가격은 해당 종목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대가 미리 반영되는 속성이 있다”며 “3월 중순부터 대북 경협과 관련된 ‘대북주’가 일제히 상승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뒤엔 이를 뛰어넘는 이벤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하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변곡점은 9월 18~20일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 이후다. 평양방문 전후 코스피 지수는 대북주들이 상승하며 2300선을 회복하며 오름세였다가 10월 초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평양 방문 이후 기대했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대북주들도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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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이 9월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 주화를 선물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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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대북주 가운데 하나인 한일현대시멘트의 경우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열흘 전인 4월 16 일만 해도 1만3350원에 불과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5월 31일엔 9만1900원으로 588%가 상승했다. 하지만 12월 13일 현재 주가는 4만3850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또한 문 대통령 집권 후 탈원전 드라이브가 강해진데다 해외 원전 수주 실패 등이 겹치며 한전기술 등 원전 관련 종목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 29일엔 코스피 지수가 1996.05로 22개월만에 처음으로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평양 방문 기간(59.4%→65.3%) 지지율이 크게 반등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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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현대시멘트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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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남북관계 청사진을 보며 대북주에 투자하는 순간 잠재적 여권 지지자가 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싫어도 대북관계가 잘 풀리고 경협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북관계가 삐그덕거리면 기대를 갖게 한 정부에 원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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