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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란 고위층 자녀 ‘아가사디’들 미 제재에도 사치 지속 ‘미운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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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물가 폭등으로 힘겨운 서민들에 박탈감 더해

호화 요트여행, 최고급 샴페인, 수억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와 화려한 파티까지.

‘아가사디’(고위층 자녀를 뜻하는 페르시아어)가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과시하면서 서민층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미들이스트아이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샤 소바니(31·본명 모하마드레자)는 대표적인 아가사디다. 아버지는 전 주베네수엘라 이란대사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4만명인 그는 명품이나 유명인과의 만남을 자랑하길 즐긴다. 최근에는 사치를 비판한 팔로어에게 “내 사진 볼 시간에 돈 벌 방법이나 찾으라”고 응수하며 논란을 불렀다. 매체는 “소바니의 사진들은 그를 평범한 이란인 사이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란 고위층 자녀들의 생활은 수년 전부터 주목받아왔다. 2014년에는 이란 부유층 청년들의 일상만을 게재하는 SNS 계정 ‘리치 키즈 오브 테헤란’이 개설돼 화제가 됐다.

아가사디에 대한 비판은 이란이 처한 경제 상황과 그에 따른 이란인들의 좌절을 반영한다. 지난달 5일 미국의 경제 제재가 전면 복원되면서 경제 불안은 커졌다. 리알화 가치 폭락으로 생필품 물가는 치솟았다. 이란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트리뷴에 따르면 12일 기준 미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9만9000리알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배 올랐다. 의약품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파업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아가사디와 또래인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지난 11일 이란의회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테헤란 주민이 7개월 전보다 1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제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한편 금융사범을 강력 처벌하는 등 군기를 잡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동전의 술탄’이란 별명이 붙은 금화 불법 거래자 2명을 사형시켰다. 아가사디에 대한 대책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부유층 자녀가 모는 고급차를 대거 압류했다. 지난해 12월 SNS 사용도 제한했지만 아가사디는 여전히 SNS를 애용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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