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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북, 부쩍 잦아진 ‘자력갱생’ 강조,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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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교착 속 제재 지속·강화 대비 태세 정비 포석

민심 동요 차단 목적과 함께

‘북한식 개혁개방’ 앞둔 내부 경제역량 강화 독려 성격



한겨레

북-미 협상이 교착 조짐을 보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지도(11월1일 <노동신문> 1면) 이후 두달 가까이 대외 메시지 없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북쪽 주요 매체가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1만1400여자에 이르는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이 단 두차례만 언급된 사실이나,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력갱생’과 ‘우리식‘의 강조가 뜸하던 사정에 비춰보면 주목할만한 변화다.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최근 보름 사이 ‘자력갱생’을 호소하는 글을 세차례나 2면 머리로 다뤘다. 12일치엔 “자력갱생, 간고분투”라는 제목의 ‘정론’(중요 논설)을, 4일치엔 김 위원장의 지도로 올해 이룩한 경제부문 성과를 ‘자력갱생’이란 열쇠말로 ‘총화’한 “자력갱생의 창조대전을 승리에로 이끄시여”를, 11월30일치엔 “자력갱생의 위대한 동력으로 혁명의 전진을 가속화하자”는 논설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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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의 흐름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북쪽의 이런 ‘자력갱생’ 강조는 김 위원장의 애초 계획과 달리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도 미국의 대북 제재가 지속·강화되는 데 따른 대응 태세 정비의 목적이 있어 보인다. 실제 자력갱생을 강조한 3건의 글은 “우리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막아보려는 적대세력의 발악” “악랄한 제재와 봉쇄” “오늘의 엄혹한 조건” “고난과 시련” 등을 환기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지속이 김 위원장의 지도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민심의 동요를 차단하려는 ‘내부 선전’ 차원의 목적도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자력갱생 강조는 김 위원장이 늘 강조하는 ‘세계적 수준’과 어깨를 견줄 경쟁력 강화 노력을 늦추면 안 된다는 독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일심단결’과 함께 늘 강조해온 고전적 ‘자력갱생’ 노선과는 맥락과 지향점이 사뭇 다르다. <노동신문>의 글들은 “앉아 버티자는 것이 아니라 제힘으로 단숨에 세계를 딛고 올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 자력갱생의 높은 요구”라거나 “자력갱생의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드는 것은 세계와의 교류와 협조가 활발해지게 될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와 경쟁하라, 세계에 도전하라, 세계를 앞서나가라!”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자력갱생 원칙을 “번영의 새시대”를 열어갈 “부흥의 전략”으로 규정한 게 특히 그렇다. ‘아우타르키’(자급자족주의)와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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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김정은식 자력갱생’ 원칙은 제재 지속에 대비한 내부 동원 독려 포석이자, 제재 해제와 연동돼 본격화할 ‘북한식 개혁개방’ 이후 외부 자본과 경쟁을 견뎌낼 ‘국산화’를 포함한 내부 경제역량 강화 독려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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