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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고개 든 친박, 가위 든 김병준…숨가쁜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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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비대위 동력 잃었다”…김병준 “계파주의와 싸울 것”

羅, 친박지원으로 당선됐지만 중도 지지세도 커…선택에 관심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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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강나훔 기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자유한국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달라진 한국당 내부 환경이다. 상황에 따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위치는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내 곳곳에서 견제구가 날아드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몸을 낮췄던 친박계는 국면 전환을 위한 출격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백서’를 만드는 작업도 탄력이 붙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누가 앞장섰는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이른바 탄핵 주도 의원들의 실명이 공개된다면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한국당 발(發) 당내 권력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당대회에서 자기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누구를 쳐내고 누구 갈고 하는 일들은 빨리 스톱하고….”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한국당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이후 한국당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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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체제’의 한국당 쇄신에 제동을 걸고 나선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는 동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선출된 나 원내대표 중심으로 당을 정비해가면서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대표를 뽑으면 된다는 얘기다.

한국당이 이르면 14일 당무감사위원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10명 이상의 현역 의원 교체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은 친박계 성향의 영남 의원들이 다수라는 얘기가 번지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현역 의원 교체를 추진할 정치적 동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인위적인 물갈이 시도라는 반발로 이어질 경우 이를 수습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나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물갈이 흐름에 힘을 실어줄지는 의문이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선택했고,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의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내분으로 이어질 현역 물갈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존재이유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쇄신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한국당 비대위는 말 그대로 ‘식물 비대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김병준-나경원’ 체제가 불편한 동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중도파 지원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특정 계파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행보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다.

계파색이 옅은 게 본인의 장점인데 특정 계파로 쏠린 것처럼 보이면 정치적 동력 확보에도 불리하다. 당 쇄신을 둘러싼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당 쇄신이 무뎌지거나 좌초될 경우 ‘도로 친박당’ 논란은 재점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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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내 계파정치 타파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를 발표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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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비대위원장은 1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일부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에게 친박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있는데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고 당과 국민도 용납하지 못할 일”이라며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한 계파주의를 살리려는 시도와 끝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양날의 검이다. 나 원내대표에게 덕담을 전하는 것 같지만 친박계 쪽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 나 원내대표는 “계파종식이 완성된 게 이번 원내대표 선거”라면서 “당 통합과정에서 ‘화이불류(和而不流)’, 화합을 이루되 휩쓸리지 않으면서 중심을 잡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취임 후 당의 첫 공식 회의 때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됐다. 이러한 한국당의 역학구도 변화는 연말 연초 정국흐름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저항하던 친박들이 이제 탄핵에 동참했던 비박들에게 삿대질을 시작할 것”이라며 “비박(비박근혜 파)들이 전열을 가다듬어 전당대회를 모색하겠지만 한국당은 이미 도로 박근혜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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