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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개미들에게 중국 주식은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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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오는 21일 최종 상장폐지될 예정이었던 코스닥 상장사 '차이나하오란'에 대한 정리매매 절차를 보류한다고 12일 공시했다. 회사 측이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매매가 정지된 것이다. 그러나 이의 제기, 개선 기간 등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상장폐지 결론이 크게 뒤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4곳 중 절반 가까이가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상장돼 있는 중국계 기업 13곳은 모두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상장폐지 사태에 투자자들이 갈수록 중국 기업을 외면한다는 분석이다.

◇회계 부정·불성실 공시로 툭하면 상폐

폐지 재활용 전문 기업인 차이나하오란은 지난 2010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한때 '맥도날드 포장지'를 생산하는 업체로 주목을 받아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1000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자회사 17곳 중 16곳이 영업정지된 사실을 3개월이나 지나 늑장 공시했고, 한국거래소 측에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올해 7월 불성실 공시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회사 측이 이의를 제기해 연말까지 개선 기간이 부여됐지만, 지난 3분기 영업 보고서마저 제출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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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상장폐지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7년 화풍방직 이후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모두 24곳인데, 차이나하오란까지 더하면 이 가운데 11곳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사유는 주로 회계 부정으로 인한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지난 2013년 상장 두 달 만에 상장폐지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 피해를 안긴 섬유업체 '중국고섬', 지난해 퇴출된 원양어업 전문업체 '중국원양자원'도 회계 부정으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이 상장폐지 사유로 지적됐다.

지난 5월에는 중국 타일 생산업체 '완리'가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완리는 지난해에도 2016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외부감사인을 다시 선임해 가까스로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지만, 2017년 감사보고서가 또다시 문제 되면서 결국 퇴출됐다. 연이은 상장폐지는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차이나하오란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62.3%(1분기 기준)에 이른다. 이 회사 시가총액이 현재 72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450억원이 소액주주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중국주도 올 들어 반 토막

중국계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나머지 중국 기업 주가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분식 회계, 허위 공시 등의 문제를 일으킨 1세대 중국 기업들과 달리 2016년부터는 제법 우량한 중국 기업들이 입성했지만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GRT, 컬러레이홀딩스, 크리스탈신소재 등 주요 중국주는 올해 들어 주가가 반 토막 났다. 골든센츄리는 연초 이후 75.7%나 떨어져 주가가 1000원도 안 되는 동전주 신세가 됐다. 한국에 사무소를 만들고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한 상장사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장된 윙입푸드는 상장 첫날 주가가 반짝 올랐지만 사흘째부터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손실을 우려해 일부 중국주를 신용융자 가능 종목에서 제외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6일부터 골든센츄리, GRT, 오가닉티코스메틱, 로스웰 등 4개 종목을 신용융자 가능 종목에서 뺐다. 이들 종목은 빚을 내 투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선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이 수백 개에 달하는 데다, 알짜 기업은 해외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중국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내 증권사 IPO 담당자는 "한국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이 사업성을 갖추고 있는지 우선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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