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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급기야…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각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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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딸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신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이다. 이 전 사장은 4년 전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취임해 3년 전부터 패션부문 단독 사장을 맡아왔다. 취임 후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이 사장은 직접 사내방송에 출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의욕을 불태웠다.

이 사장의 퇴진 원인 중 하나는 실적 부진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정체돼 있고, 영업이익도 자주 적자가 났다. 올해도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사장까지 떠나자, 업계에서는 '패션부문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다.

◇4년째 못 넘는 '매출 2조원'의 벽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1위 패션 업체다. 지난해 국내 매출 1조576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패션 매출을 중심으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2위는 LF(1조3861억원), 3위는 한섬(1조2286억원), 4위는 코오롱FnC(1조8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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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의 한 쇼핑몰 내 ‘에잇세컨즈’ 매장이 한산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주력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다른 국내 경쟁 브랜드에 비해 작년 매출이 크게 뒤떨어지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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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체 매출이 4년째 정체 상태라는 점이다. 2015년 1조7382억원, 2016년 1조8430억원, 지난해 1조7495억원 등 1조7000억~8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89억원, 452억원씩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9월 영업손실도 125억원이다. 2017년에는 326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봤는데, 이는 엠비오·빈폴키즈 등 부실 브랜드를 정리한 덕분이었다. 삼성물산 내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2015년 13%에서 지난해 5.97%로 줄었다. 상사부문(42.9%), 건설부문(40.9%)에 한참 뒤처진다.

◇힘 못쓴 주력 브랜드 에잇세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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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가 실패한 영향이 크다. 에잇세컨즈는 일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이 전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챙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주력 브랜드다. 그러나 에잇세컨즈의 작년 매출은 1860억원으로, 경쟁 관계인 국산 브랜드 스파오(3200억원), 탑텐(2000억원)보다 적다. 일본 패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의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1조3732억원, 전 세계에서 17조2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초대형 매장을 열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PA, 아웃도어, 골프 의류 등으로 변해온 패션 산업의 흐름에 적응하는 속도가 삼성답지 않게 늦었다"고 말했다.

◇곧 조직 개편…매각설도 솔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곧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션부문의 최고위 임원은 박철규 부사장(상품총괄)이다. 빈폴·에잇세컨즈·여성복·남성복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합치거나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전 사장의 퇴진과 함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구조조정이나 매각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회의(懷疑)를 주변에 표현해왔고, 2014~2015년에는 비주력이었던 화학·방산 계열사 매각을 주도했다.

한 대기업 패션업체 관계자는 "실적이 안 나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오너 경영의 장점인데, 이제 돈 안 되는 패션부문 사업에 추진력이 붙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패션부문 매각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 구조가 정리되고 나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 아직은 섣부른 단계의 얘기"라는 말도 나온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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