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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생계형 적합업종' 시행…소상공인·중견기업 불만 없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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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시행, 현행 中企 적합업종 품목 80% 이상 신청 전망

"소상공인 비중 90% 해달라" 요청 끝내 반영 안해, 반발만 키워

중견기업 '업종전문화' 요청에도 '모호한 해석', 잡음 불거질 듯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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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이 13일 본격 시행된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중 80% 이상이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청기준을 두고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여전하다. ‘업종 전문성’을 인정해달라는 중견기업계 불만 역시 커 제도 시행 후에도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터라 소상공인·중견기업계 우려가 크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정한 총 109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중 90개 품목(82%)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수요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19개 품목은 신청단체가 없거나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이 파악되지 않은 품목이다. 이들 품목 역시 추후 단체를 결성해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동반위 관계자는 “앞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을 대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 관련 수요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품목이 신청 의향을 보였다”며 “정확한 신청 수요는 13일 이후 신청률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령’을 의결, 13일부터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받는다. 신청을 받은 동반위가 생계형 적합업종 부합 여부를 판단해 중기부에 추천하고, 중기부는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를 심의·의결한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해당 사업 분야에 대기업·중견기업의 사업 진출을 금지하며 위반시 해당 분야 매출액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다. 기존 민간 자율합의 기반의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법제화를 통해 강제력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최근 2~3년간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제도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법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생계형 적합업종을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차갑다. “제2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쟁점이 됐던 것은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단체의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 정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단체 기준을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이 30% 이상인 단체로 정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이 90% 이상이 돼야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변별력이 있다며 정부에 이를 꾸준히 요청해왔다. 지난달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정부는 끝내 소상공인들의 요청을 반영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대로 시행하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 업종을 지정해 보호·육성한다는 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 비중이 너무 낮으면 소상공인이 아닌, 일반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청 여부를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불만도 크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이중 소상공인 위원은 중소기업 위원과 같은 2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심의위원회 구성은 생계형 적합업종이 중소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이다.

중견기업계 역시 생계형 적합업종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장류·김치·두부·빵 등 식품업종과 LED(발광다이오드) 제조업종 중견기업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시행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됐던 해당 품목 중견기업들은 사업 제한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혔던 아픈 경험이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만큼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중견기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중견기업계는 ‘전문성’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지만 이번 시행령 내용을 보면 중견기업계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심의시 △전문 중견기업의 대외 경쟁력 △전후방산업 영향 △상생협력 필요 분야 등을 고려해 대·중견기업의 예외적 사업진출을 승인하기로 했다. ‘전문 중견기업’을 언급하긴 했지만 별도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이 모호한 문구 하나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엔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시행령에 언급했긴 하지만 기준과 용어 등이 모호해 업종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 자체의 모호성을 명확히 바꾸지 않는다면 ‘제2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들이 이어지면서 이번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불신감도 높아진다. 제도 자체만 보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보다 기존에 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이중으로 법제화한다는 성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입법 과정에서 중소기업계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의심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각 이해관계자 단체들이 여러 의견을 제시하면서 제도 성격이 다소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소상공인이 아닌,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제도가 소상공인들의 발복을 붙잡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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