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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남북 154명 분계선 넘어 GP 검증…담배 권할 만큼 ‘우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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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첫 GP 상호검증 하던 날

북쪽 군인의 안내 받아 북 GP로 가

카메라·내시경 등 이용 꼼꼼히 확인

오후엔 북쪽 군인들 넘어와 검증

‘신뢰구축의 오솔길’ 11개 생긴 셈

문 대통령, 생중계로 현장 지켜봐

“65년 분단에 새로운 획 긋는 사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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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군 당국이 12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로의 감시초소(GP)를 찾았다. 지난 ‘9·19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 시범철수 및 파괴 작업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남북이 군사시설을 상호 검증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남북의 군사적 신뢰구축 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남북은 지난달까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각각 11곳 가운데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가치가 있는 초소 한곳씩만 빼고 파괴 작업을 완료했다. 이날 검증은 초소 파괴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각자 파괴한 감시초소를 촬영해 사진을 교환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가 현장방문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북한은 감시초소 운용 방식이나 현황, 전술 노출을 우려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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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 군복을 갖춰 입은 남쪽 검증단이 군사분계선 연결지점에 모였다. 검증단은 목과 어깨, 군모에 카메라를 주렁주렁 달고, 등에는 검증장비 등이 담긴 배낭을 메었다. 약속한 시간에 미리 나와 있던 북쪽 군인들은 길을 가로막고 있던 노란 깃발(황색 수기)을 걷어내고 북쪽 초소로 남쪽 검증단을 직접 안내했다.

남북은 이달 초부터 10여일 동안 상호검증을 위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걷어내고 남북 초소를 잇는 작은 길을 냈다. 분열과 대립, 갈등의 상징이던 비무장지대에 신뢰 구축으로 가는 오솔길이 11개나 생긴 셈이다. 이날 남쪽 군인들은 이 길을 걸어 북쪽 초소 11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이번 상호검증에는 하나의 감시초소마다 대령급을 반장으로 7명(검증요원 5명, 촬영요원 2명)으로 구성된 11개 반이 투입됐다. 남북 각 77명, 모두 154명이다.

이날 남북 상호검증은 서로 담배를 권할 만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해졌다. 일단 남쪽 검증단은 북쪽 초소에서 모든 화기와 장비, 병력이 빠졌는지, 감시소나 총안구 같은 지상시설물이 철거됐는지를 확인했다. 지하 연결통로와 입구, 차단벽 등 지하시설물의 매몰, 파괴 상태도 점검했다. 형태만 보존하기로 한 초소에서는 병력, 화기가 제대로 빠졌는지, 불능화 조처가 돼 있는지를 점검했다. 남쪽은 북쪽 초소의 지하시설이 제대로 없어졌는지 확인하려 지하투과레이더(GPR)와 내시경 카메라 같은 장비까지 동원했다. 이때도 북쪽 군인들이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에는 북쪽 검증단이 남쪽으로 건너와 같은 작업을 이어갔다. 국방부는 이번 상호검증이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구축된 남북 군 당국 간의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 군비통제 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드문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남북 군 당국은 공동 검증반이 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감시초소별 정확한 검증 결과를 평가·분석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남북 상호 현장검증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번 상호 간 감시초소 철수와 상호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의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군사적으로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던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북이 오솔길을 내고 오가고, 또 서로 대치하면서 경계하던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남북이 내년 4∼10월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공동 유해발굴을 위해 비무장지대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은 연락사무소에서 유해를 발굴한 뒤 신원확인을 위해 초기 감식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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