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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화웨이 부회장 석방…보석금 85억원·전자발찌 착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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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사진>이 11일(현지 시각) 전자발찌를 차고 사설 보안업체의 24시간 감시를 받는 보석 조건으로 풀려났다. 여권 2개도 압수됐다. 보석금은 1000만캐나다달러(약 84억5000만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은 이날 멍 부회장을 조건부로 석방하기로 했다. 석방 조건에 따라 멍 부회장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반드시 밴쿠버에 있는 자택에 머물러야 하며, 700만캐나다달러(약 59억원)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나머지 300만캐나다달러(약 25억원)는 멍 부회장의 남편과 부동산 중개인, 화웨이 동료 등 보증인 5명이 부담한다.

멍 부회장의 보석 심리를 담당한 윌리엄 어크 판사는 "제시된 보석 조건으로 (향후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할) 심리에 출석하지 않을 위험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보석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보석 허가 판결이 나자 법정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멍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울며 변호인들을 끌어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멍 부회장에게 내년 2월 6일 인도 송환 심리를 위한 재출석을 명령했다.

화웨이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캐나다와 미국의 사법체계가 다음 절차에서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우리는 줄곧 강조해왔듯이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의 수출통제 및 제재법 등 우리가 진출한 국가와 지역의 모든 관련 법규를 준수한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시의적절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했다.

멍 부회장의 변호인들은 멍 부회장이 전과가 없고 현재 여권이 압수돼 항공편을 탈 수 없는 상태라며 그의 보석을 주장해왔다. 지난 9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는 멍 부회장이 심한 고혈압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며 건강상의 이유도 호소했다. 멍 부회장이 밴쿠버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규모가 커 도주의 우려도 없으며, 심리 기간 딸을 현지에 있는 학교에 진학시킬 계획도 있다고도 했다.

멍 부회장과 과거 화웨이에서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진 밴쿠버 거주 캐나다인 2명은 멍 부회장의 석방을 위해 수백만캐나다달러 상당의 자택을 담보로 제안했다. 멍 부회장의 부동산 중개인은 180만캐나다달러(약 15억원) 상당의 자택을 담보로 내놨다. 멍 부회장의 친구 중 한 명은 멍 부회장의 보석이 보장될 경우 5만캐나다달러(약 4300만원)을 그 자리에서 지불하겠다고 했다. 멍 부회장이 도주할 경우, 이들은 제시한 보증금과 담보물을 법원에 몰수당한다.

어크 판사는 보석 허가 판결에 앞서 멍 부회장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지난 8월 22일 뉴욕에서 발부됐으나, 미국 측이 아직 멍 부회장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글로벌 금융기관을 속인 혐의로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어크 판사는 멍 부회장이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복수의 여권의 효력도 부인했다. 중국과 홍콩 여권만이 효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어크 판사는 또 멍 부회장이 화웨이를 대상으로 한 미 사법당국의 조사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3월 이후로 미국행을 피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은 전적으로 추측에 불과하며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했다. 미국은 오는 1월 8일까지 멍 부회장의 정식 송환 요청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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