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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노란 조끼’ 시위 한 달…“상처 드렸다” 납작 엎드린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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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0유로 인상 등 수용…부유세 복구는 거부

무조직 대중운동으로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 의미

시위대 “절반의 대책”…주말 5차 시위가 여론 가늠자



경향신문

노란 조끼를 입은 프랑스 시위자들이 10일(현지시간) 라시오타의 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라시오타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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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분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집회 초기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대책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민생 대책 발표는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지난달 17일 시작된 시위가 경제·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 표출, 대통령 퇴진 요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친기업적 노선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는 유지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부터 13분간 방송된 담화에서 현재를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한 뒤 저소득 노동자들의 생계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약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세후 최저임금인 월 1165유로(약 153만원)에서 약 7%가 늘어난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정부가 부담, 기업들의 추가 비용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 2000유로(약 260만원) 미만 저소득 은퇴자에 대한 세금 인상도 철회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내년 1월부터 은퇴자가 내야 하는 사회보장기여금(CSG)을 1.7%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백지화한 것이다. 또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 지급분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 측은 마크롱 대통령의 조치를 이행하는 데 최대 100억유로(12조90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담화는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처음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지난 5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통해 유류세 철회 등 수습책을 발표했지만, 사흘 후 4차 시위에서도 13만명이 모이는 등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BBC는 “시위대는 빈곤한 일상에 실질적인 변화를 원했다”며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유턴하지는 않겠다”며 국정운영 기조의 골격은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시위대의 핵심 요구였던 부유세(ISF) 원상복구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면서 “대신 탈세·탈루 등 조세회피에 강력히 대처하고 공공지출을 감시하는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부유층의 전 재산에 붙던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IFI)로 축소 개편했다. 스위스나 영국으로 이탈한 부유층을 불러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기업의 자율성을 늘리고 국가 재정을 줄이는 ‘마크롱식 개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노란 조끼 시위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경향신문

■ 무조직 대중운동이 이끈 변화

노란 조끼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과거 시위와 달리, 이번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대중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시위대의 구심점도 단결된 요구사항도 없었지만,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분노한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노란 조끼 시위대 대변인 중 한 명인 뱅자맹 코시는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이는 절반의 대책이다. 우리는 마크롱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르몽드도 “마크롱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은 채 패배를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부유세 유지 등 친기업 개혁 노선을 유지하는 만큼 민심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AFP통신은 “이번 시위에 특별한 구심점이 없음을 고려할 때 담화에 대한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예고한 오는 15일 5차 시위가 향후 여론 추이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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