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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의 ‘고의 분식’ 판정 이후 26일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를 결정한 것은 증권시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식회계 혐의로 불거진 경영투명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재의 재무안정성을 더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또 한번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상장을 유지하는 ‘솜방망이 처분’ 전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가 예상보다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 규모(22조원),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시총순위 6위)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폐지 결정시 8만여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점도 부담이었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개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는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 공익 실현, 투자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심위가 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 문제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결정을 두고 삼성바이오의 현재 재무상태에 초점을 둔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거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조치를 받은 기업의 경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심위 위원들이 (삼성바이오의 재무상태가) 현재 시장에서 거래해도 되는 수준인지를 고려해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 유지 조치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삼성바이오 주식이 포함된 파생상품 거래 안정성도 다시 확보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가 포함된 ETF는 73개 종목, 상장지수증권(ETN)은 5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이 중 ETF 7개, ETN 3개가 전체 순자산 중 삼성바이오 편입 비중이 5%가 넘는다. 삼성바이오 거래가 정지된 기간 동안 다른 종목의 움직임만 이들 상품의 가격에 반영돼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고의적 분식회계를 통해 상장된 삼성바이오의 거래가 유지되면서 이번에도 ‘대마불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한국항공우주(KAI), 대우조선해양 등 분식회계 문제로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기업들 중 단 한 곳도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와는 별개로 검찰 고발, 금융당국 차원의 중징계는 유효하다. 금융위는 지난달 삼성바이오에 대해 과징금 80억원과 대표이사, 담당임원 해임권고, 회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고발 등을 조치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도 이에 반발해 금융위와 증선위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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