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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기업, 주점대신 공연장에 협력사 초대…"문화로 소통, 손발이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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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로 인사합시다 (上) ◆

매일경제

한화가 임직원과 고객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한화 팝&클래식 여행`. [사진 제공 =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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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2004년부터 문화예술 불모지인 지방도시를 매년 순회하는 '한화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 '한화 팝&클래식 여행'으로 새롭게 태어나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총 4회에 걸쳐 대구, 대전, 천안, 계룡대에서 진행해 관객 5000여 명이 찾았고 평균 객석 점유율 93%를 보일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클래식은 물론 탱고, 재즈 등 대중에게 익숙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연출해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화 팝&클래식 여행'의 성공에는 문화접대비 제도도 큰 역할을 했다. 공연 티켓을 문화 접대에 적극 활용하면서 관객 중 70~80%가 한화 고객사·협력사 초청으로 채워지고 인근 계열사 임직원과 가족들이 20~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첨단소재 등 제조업 계열사는 고객과 거래처를 포함한 협력업체 직원·가족을 초청하고 있다. 한화호텔&리조트, 한화갤러리아 등 서비스 계열사는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에서는 VIP 고객 등에 대한 선물로 활용하고, FP(보험설계사)는 광범위한 잠재 고객층을 대상으로 문화 접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화 측은 "임직원 사기 진작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호건 한화생명 대구지역본부 과장은 "FP들이 실제 초대권을 전달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공연이 있는데 가시겠느냐'고 문의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내외부적으로 해당 공연에 대한 문의가 많을 만큼 문화 접대 용도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접대비 제도를 통해 세액 공제라는 기본적인 혜택 외에도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는 물론 협력사와의 관계 개선까지 '1석3조'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 실제로 많다.

욕실 관련 제품 중소기업 로얄앤컴퍼니는 2007년 개관한 서울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로얄라운지'를 통해 200여 개 파트너사를 초청하는 문화 접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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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라운지에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 문화클래스와 화성 사옥에서 진행하는 공연과 전시에도 협력업체를 적극 초청하고 있다. 강의, 공연을 마친 후 와인을 함께 마시며 관계 개선도 도모한다. 로얄라운지에서는 10월부터 도자 조각가 유의정 특별전 '금은보화, 일상에서 찾은 보물들'이 열리고 있다. 11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오전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등의 작가인 인문학 연구자 김운하를 초청해 인문학 강좌 '영화는 어떻게 문학과 만나는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인생욕실' 'HIP&HOT 인테리어' '가을에 어울리는 차(茶) 클래스' 등 클래스를 주 3회 마련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9만9000㎡(약 3만평) 규모 사옥인 화성센터에는 아웃렛, 연구시설 외에도 갤러리와 공연장, 작가 레지던시를 마련했다. 공연장에서는 11월 지역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무누스 앙상블의 리더인 첼리스트 김규식 공연이 열렸다. 올해 화성에서 진행한 공연에는 고객, 임직원과 가족, 새턴바스·하나로바스·루치펠로·후니팟 등 30여 개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 등이 함께했다. 파트너사 직원들을 무료로 초청하는 공연과 강좌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회사 간 우애가 돈독해지고 있다.

욕실 인테리어 회사로 로얄앤컴퍼니의 화성 아웃렛에도 입점한 협력사 범한공업 김한도 부장은 "공연이나 강좌가 있을 때마다 초청장이 와서 부담 없이 참석하게 됐다. 11월 공연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음악과 분위기가 좋아서 가족도 만족해했다. 로얄라운지에서 열린 인테리어 강의는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도움이 됐고, 시장조사 차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들을 생각"이라면서 "이러한 문화 접대가 두 회사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얄앤컴퍼니 관계자는 "공연 외에도 누구나 관심이 많은 실용적인 인테리어 수업과 깊이 있는 인문학 강좌를 통한 문화 접대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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