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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현장] 원내대표 1년 김성태의 희로애락..."노회찬, 가슴 아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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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임기를 마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하루 전날인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국회=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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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식들에게 보여줘선 안 될 부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미안해"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개인적으로 오랜 인연을 가졌던 노회찬 의원이 미국에 다녀온 이후 바로 유명을 달리한 부분은 상당히 가슴 아픈 추억이다."

11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언급하며 쓰라린 표정을 지었다. '1년 동안 가장 좋았던 기억이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난 7월 원내대표끼리 미국을 방문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 관세 관련 확고한 입장을 제시한 것이었다고 말한 바로 뒤였다. 당시 미국에 함께 다녀왔던 노 의원은 귀국 직후인 지난 7월 23일 타계했다. 김 원내대표와 노 의원은 정치적으론 자주 대립했지만, 사적으론 돈독한 사이였다. 김 원내대표는 노 의원을 떠올리는 듯 뒷말을 흐리며 잠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임기를 마치기 하루 전날인 1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원내대표의 표정엔 후련함과 아쉬움이 섞였다. 등장한 자신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자 쑥스럽다는 듯 겸연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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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가 겸연쩍은 듯 웃고 있다. /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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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내대표는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며 1년 동안 있었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풀어놨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들개 정신으로 한 놈만 패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같은 야당의 투지와 근성을 바탕으로 숱한 이슈와 고비고비에서 극한의 투지와 처절한 투쟁으로 단 한순간도 쉴 새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특사(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가 중동으로 날아가고 아부다비로부터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서울을 다녀간 이후에야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UAE 원전 사태, 지방선거에 곁가지로 밀어부치려고 했던 대통령 관제 개헌을 국민 개헌으로 맞서왔던 과정이 그랬다"며 1년간 기억에 남았던 일들을 하나 둘 꺼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문제(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와 '드루킹 특검' (요구를) 이끈 과정,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는 파주 들판에서 거적대기를 깔고 앉아 북한의 김영철(조선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막아냈던 통일대교 농성 투쟁에서도 여러 분들의 노고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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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의 마지막 고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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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했던 기억에 대해 "극한투쟁의 절정에 달했던 드루킹 단식은 일당 독주 정권에 맞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며 각별한 기억을 쏟아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민주당 댓글조작 의혹(드루킹 김동원 씨 관련) 특검을 요구하며 9일간 단식한 바 있다.

그는 단식 도중 한 청년으로부터 폭행당했던 일과 관련해서도 "얼마 전에 윗턱과 아랫턱이 잘 맞물리지 않는 것 같고 턱이 많이 아파서 치과를 갔더니 의사께서 그때 턱을 가격 당한 부분에 무리가 상당히 왔다고 하더라"며 "이후 그 청년의 부모님이 천막 가까이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밤을 새고 그 다음날 천막 안에서 부모님을 뵙고 '제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백번 이해한다'고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많이 지나간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던 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인적으로 우리 자식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될 부분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미안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또 "야당 원내대표로서 너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를 공격하고 문제제기한 과정 속에서 상처를 받으신 분들도 많이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원내대표 자리가 끝나면 저의 공격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하셨을 분들을 위로하고, 소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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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를 향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았더라면 억지로라도 눈물을 흘리고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고 싸워야 한다"며 잘 싸우는 야당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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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 지도부를 향해선 "야당은 잘 싸워야 한다. 그런 처절한 진정성이 자신의 몸과 뇌리 속에 박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며 "만일 그런 모습이 없다면 하루에 한 끼씩 굶더라도 처절함을 만들어야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았더라면 억지로라도 눈물을 흘리고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고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등 차기 행보에 대해선 "저 자신을 중심에 세우고 어떤 정치적, 저 자신의 꿈과 목적을 위해 절대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답은 아꼈다.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일련의 활동에 대해 국민이나 당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나 자신의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 저의 역량과 능력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이런 면들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11일 원내대표 경선을 열고 김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한다. 나경원·김학용 의원이 출마한 가운데 김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원내 협상을 책임질 차기 원내대표직에 누가 뽑힐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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