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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니클로·자라·H&M의 도덕성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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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니클로 매장


지난 9일 몇몇 지역이 최저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갑작스러운 한파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 기습 한파가 강한 바람을 동반해 실제 체감온도는 관측 온도보다 7~8도 이상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겨울 추위를 비롯한 최근 몇년간 지속한 기습 한파가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로 인한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AO)의 주기가 짧아진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에서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저기압성 편서풍으로, 흔히 우리가 극지방 한기로 부르는 극한의 찬 공기와 바람을 가리킨다. 보통은 1만m의 높은 상공에서 강한 제트 기류로 둘러싸여 붙잡혀 있기 때문에 극지방에서만 맴돈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기온이 올라가 제트 기류가 약해졌고, 이로 인해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 아시아와 미국 등 북미에 이상기후를 야기하고 있다.

여름의 혹서는 이와 반대 상황이지만 비슷한 원리로 생기는 현상이다. 혹서와 혹한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는 기업이, 이러한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유엔의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패션 산업, 특히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장소에서 광범위하게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싼 옷을 사 단기간에 교체해 입는다’는 콘셉트의 패스트 패션 바람에 이전 세대처럼 옷 한벌을 1년 이상 입는 이는 적어졌고, 전보다 더 많은 옷을 더 빠른 시간에 소비하는 트렌드가 보편화됐다. 특히 주요 고객층인 전 세계 중산층 인구가 현재 35억명에서 2030년 54억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은 크게 확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50년에는 이 패스트 패션 의류에 들어가는 천연자원의 소비가 2000년에 비해 3배 정도 증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청바지 한벌 제작에 7000~1만ℓ의 물을 쓰고, 셔츠 한벌은 약 2700ℓ를 사용되는데 이 양이 세배 정도 늘어날 전망인 것이다. 또한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모든 폐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패션 산업에서 쏟아내는 폐수 또한 당연히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패스트 패션 원자재의 약 70%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polyester)는 폐기 후 소멸하려면 최소 수십년 이상 걸리며, 면화 생산에 비해 3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패션 산업의 부산물인 폐의류는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그대로 소각되어, 탄소 배출을 비롯한 온난화의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만 연간 120억t으로,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10%에 이른다.

세계일보

자라 매장


하지만 유니클로와 자라(ZARA), H&M 등 패스트 패션의 선두 그룹과 더불어 겨울철 패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블랙야크와 K2, 코오롱 스포츠, 네파 등 아웃도어 주요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거의 방치하면서 오히려 이상기온을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들 기업은 재활용 옷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원자재 변화를 비롯한 해양오염, 지구 온난화 방지 등 근본적인 환경오염 대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해마다 여름과 겨울 더 시원한 옷과 더 따뜻한 옷을 개발하여 이에 대한 마케팅에만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

사실상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이상기온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지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이 같은 현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싸고 편하다는 이유로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세계일보

H&M 매장


이제는 유니클로와 자라(ZARA), H&M, 블랙야크, 코오롱 스포츠, 패션그룹 형지 등 주요 기업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지구 환경을 위해 경영 및 생산·판매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최근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When you drive, Never Drink’(운전할 때는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CF를 통해 음주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여 기업 브랜드 가치와 수익을 크게 향상시켰다. 소비자들이 하이네켄의 공익적, 윤리적 의식에 크게 호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에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그때는 패션 산업이 더 이상 도덕성과 지속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환경과 지구 아젠다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지원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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