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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불화설 켈리 퇴진… 트럼프 충성파만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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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어할 인물들 사라져

후임에 30대 닉 에이어스 유력

사실상 대선 재선 캠프로 재편
한국일보

백악관을 떠나게 된 존 켈리(오른쪽) 비서실장과 후임 비서실장으로 유력한 닉 에이어스(왼쪽) 부통령 비서실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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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정부 초기 백악관의 질서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존 켈리 비서실장이 결국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대통령이 대선 재선을 위해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을 충성파로 물갈이하는 과정의 정점을 찍는 격이지만, 충동적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인사들이 사라져 도리어 백악관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식축구 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켈리는 연말에 물러날 것”이라며 하루 이틀 내 후임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후임 비서실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36)가 유력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존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백악관 내부의 보고 체계에 질서를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던 대통령의 딸과 사위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도 켈리 실장을 거쳐야 하는 등 역할이 제한됐다. 이 같은 규율이 한동안 효과를 봤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고립된다는 불만을 주변에 드러냈고 켈리 실장과 이방카 부부 간 불협화음도 지속돼 켈리 실장의 교체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켈리 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한 임무’라는 것을 알고 무력감을 자주 토로해 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후임으로 유력한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은 이방카 부부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교체는 이방카 부부에겐 대성공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어스로 비서실장을 교체하면 백악관을 사실상 대선 재선 캠프로 재편하는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에이어스는 20세 때 정치판에 뛰어든 선거 전략가로 친화력과 언변이 뛰어나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췄고 정치컨설팅업체 등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버는 수완도 발휘했다. 작년에 신고한 재산이 5,400만달러(약 606억원)가 넘는다.

켈리 실장 교체로 백악관 참모진 및 내각 개편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후임에 윌리암 바 전 법무장관을,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후임에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을 각각 지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트위터를 통해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후임으로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코리 르완도스키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그가 몰랐던 사람들에게 의지했으나 이제 그가 아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참모들은 대통령의 팀이며 그게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간 공모에 대해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가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과 손발이 맞는 인사들과 호흡을 맞춰 정면 돌파에 나서는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가 사라지고 행정 경험이 없는 젊은 정치적 야심가로 비서실장이 바뀌면 백악관의 내부 암투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이 더욱 노골화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에이어스 임명에 반대하는 참모들도 적지 않아 ‘백악관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트럼프 정부 초기 켈리 실장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억제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려왔다. 매티스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원”이라고 부르며 불신을 드러내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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