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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잇단 열차 사고·고장에 불안감 고조…코레일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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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선 고속열차 탈선사고…승객 15명 병원서 치료

최근 3주간 사고와 고장 10건 넘게 발생

안전불감증 만성화됐나…실질적인 대책 필요

이데일리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해 앞량이 꺾여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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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속철도가 선로를 이탈했지만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일어난 사고인데다 강릉선 본선과 강릉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선이 갈리는 지점이라 속도를 크게 내지 않는 구간이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당시 시속은 100km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 8년 만에 발생한 고속철도 탈선사고에 국민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고속철도 최고 시속인 250km로 달리던 중에 탈선했다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3주간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에서 크고 작은 사고나 고장이 10건 이상 발생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었거나 안전불감증이 만성화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주간 사고·고장 10건 이상 발생

지난달 중순부터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서 사고와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달 19일 오전 1시쯤 서울역으로 들어오는 KTX 열차가 선로 보수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치고 승객 140여명이 선로로 내려가 플랫폼까지 이동했다.

이어 20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가는 KTX 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충북 청주시 오송역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부선 상하행선 열차 120여대 운행이 지연되면서 1만 명이 넘는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22일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복정역과 수서역 사이 구간에서 고장으로 멈춰 서면서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고 운행도 지연됐다.

23일 오후에는 무궁화호가 강원도 원주역에서 발전기 고장으로 멈춰서 1시간 운행이 지연됐고 24일에는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고장 나 각각 50분, 20분간 운행이 지연됐다 .

28일에는 광주 광산구 호남선 하남역 인근에서 선로 도색작업을 준비하다 서울행 새마을호에 치여 숨졌고 같은 날 익산역을 출발해 용산역으로 가던 호남선 KTX 열차가 익산역 부근에서 멈춰서 열차운행이 20분간 늦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사고와 고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3일에는 광주 광산구 하남역 인근 철길에서 50대 남성이 서울 용산역으로 가던 무궁화호에 치이는 바람에 무궁화호 운행이 50분간 지연됐다.

8일에는 오전 7시30분 강릉역을 떠난 KTX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등 15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강릉역~진부역 구간 열차운행이 끊겼다. 10일 새벽 2시께나 복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같은 날 오전 6시49분쯤에도 서울로 향하던 KTX286호 열차가 대구역을 통과하던 중 선로에 30분 가량 멈춰서는 사고로 승객 75명이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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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안전경영에도 결국 탈선사고…만성화된 안전불감증

사고가 이어지자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열흘간 비상 안전경영기간으로 정해 긴급점검과 안전교육 등을 실시했다. 아울러 코레일은 오송역 단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차량분야 총괄 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을 보직해임하고 고속차량 전문가를 후임으로 발령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5일 코레일을 방문해 오영식 사장으로부터 철도사고. 장애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사흘 만에 탈선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고속철도의 탈선사고라는 점에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KTX 탈선사고는 지난 2011년 2월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발생한 이후 근 8년 만이다. 당시 부산역을 출발해 광명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의 선로전환기 너트가 빠지면서 탈선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지만 갑작스러운 한파로 선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코레일은 추정하고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8일 오후 강릉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아무래도 기온이 급강하해 선로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며 “추정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좀 더 자세한 사고 원인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등 국토부와 함께 사고원인을 조사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로전환기 신호 이상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선로전환기 점검은 하절기와 동절기 뿐 아니라 주단위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주요 선로의 선로전환기를 포함한 선로 일제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코레일 열차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배경으로 안전불감증과 안전점검 인력 부족이 꼽힌다. 철도노조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5115명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안전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열차 안전요원 뿐 아니라 현장의 안전시설물 점검해야 하는 현장 작업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현 정부의 이슈인 고용문제나 남북 철도연결, 코레일-SR 통합 등에 치중하다 보니 기본적인 철도 서비스에 소홀해지면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인 오영식 사장은 취임 후 이틀 만에 철도파업 등으로 인한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했고 13년을 끈 KTX 해고 승무원에게도 일터로 복귀할 길을 열어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노조 친화적인 기조에 적극 부응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불행 중 다행으로 탈선사고에도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며 “형식적인 대책마련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직문화나 인력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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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영식(가운데) 코레일 사장이 서울사옥에서 철도 안전 확립을 위한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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