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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피해자에게 용기 내세요, 말하지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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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서지현 ‘검사’에서 ‘피해자’가 된 1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피해 말하기는 할 것… 피해자의 용기보다 법·제도가 먼저”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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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힘차게, 원더우먼처럼 찍어주세요.”

검정색 치마 정장을 입은 그가 카메라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몸을 곧추세웠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인 그는 ‘피해자는 어둡고 슬퍼야만 한다’는 피해자다움을 깨고 싶다고 했다. 지난 1월29일 JTBC 뉴스에 출연해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한테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 보복 피해까지 입었다고 입을 연 서지현 검사다. 그는 검찰 조직 생활과 ‘미투’ 피해자들에 대해 말할 땐 눈시울이 붉어졌고, 사법연수원 생활을 이야기할 땐 웃기도 했다. 피해 말하기 이후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인생”이라며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이야기할 것”이라는 서 검사를 12월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해 1월 ‘직장 내 성폭력 피해 말하기’ 이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달라진 게 있다면 출근하지 않고, 집 밖에 잘 안 나간다는 거예요.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가끔은 굉장히 힘들고 많이 우는 날도 있지만, 그것 역시 인생이라 생각해요.

집 밖에는 왜 안 나가세요.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힘들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집 근처 백화점에서 지인과 함께 케이크를 먹었는데 그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어요. 다들 눈썰미가 좋으신가봐요. (웃음) 보통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요.

외출을 삼가는 것 외에 일상에서 피하는 것이 있나요.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님을 가끔 뵙는데 처음에 제가 굉장히 힘들 때 만났어요. 제가 얘기하면 사무장님이 울고, 사무장님이 얘기하면 제가 울었어요. 사무장님이 해준 이야기가 ‘걱정한 것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되도록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래서 걱정하거나 절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생각하지 않으려는 걱정과 절망은 무엇인가요.

음… 가장 큰 두려움은 진실이 끝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가장 큰 절망은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진 찍을 때 밝게 찍어달라고 한 이유가 있나요.

어둡게 나오는 게 싫더라고요. 피해자는 꼭 어두워야 하나요. 그리고 어둡게 나오면 제 얼굴이 울퉁불퉁해 보이기도 하고 성형하지 않았는데 화면으로 본 사람들이 성형했냐고 많이 물어봐서요. (웃음)

서 검사는 현재 질병 휴직 중이다. 이후 그는 단 하루도 출근하지 못했다. 10여 년 동안 피의자를 마주했던 검사는 11개월째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불안장애 등의 이유로 현재 병원과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체중도 조금 줄었다. 서 검사는 자신이 아프다고 말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약해 보이고 도피하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위경련으로 쓰러졌다. 건강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했던 그가 다시 언론 앞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서 검사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 서 검사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인사 보복 피해자 자격으로 12월17일 법정 증언대에 선다.

“더 가만히 있을 방법이 뭐죠?”

다시 인터뷰에 나섰는데요.

제가 현직 검사지만 현행 법과 제도로 (피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론에 나왔던 것이거든요. 그러다 조사단이 꾸려지고, 조사하고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쭉 지켜보니 조사 의지도 의욕도 능력도 없고, 형식적인 조사와 형식적인 기소를 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희망이 사라졌죠. 한 달 전쯤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분이 ‘대부분의 남자들은 서 검사가 굉장히 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좀 있어라’고 했어요.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더 가만히 있을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아직 가해자에게 1심 선고도 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어요. 법을 다루는 검사인데도 범죄라는 인식이 없나봐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직에서 싫어할 텐데…. 제가 2004년 처음 검사가 됐을 땐 단 하루도 성희롱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여자 동기 검사 20명이 함께 임관했는데 그때 검찰청에서 난리가 났어요. 처음으로 여성 검사가 100명이 넘은 거예요. 전체 검사 2천 명 가운데 100명이었죠. ‘여검사 100명이 넘었으니 우리도(검찰 조직도) 끝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여성 검사가 없을 때 했던 성적 희롱과 행동을 여성 검사가 많아졌을 때도 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지금은 그때보다 성폭력 부분이 많이 줄었어요.

‘피해 말하기’ 이후 검찰이 달라진 게 있나요.

몇몇 여성 검사한테 ‘회식이 없어지고 회식 자리에서도 조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검찰이 지금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제2의 서지현’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간부들이 똘똘 뭉쳐서 더 이상 욕할 수 없을 만큼 제 욕을 하고 있어요. 그런 걸 봤을 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간부들이 서 검사를 비난하는 건 어떤 메시지를 주나요.

제2의 서지현이 나오면 너희도 서 검사처럼 비난받고, 조직에 돌아올 수 없고, 조직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고, 배척되고 온갖 음해를 당할 것이라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변화에 대한 희망이 있나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고, 여성과 약자가 겪는 고통임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투 관련 법이 160개 정도 상정됐는데 하나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여성 인권이 좋아질까요’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죽기 전에 보고 싶어요’예요. 그런데 ‘검찰이 변할까요? 개혁될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제가 죽기 전에 못 볼 것 같아요’라고 말해요.

서 검사는 올해 초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자신의 피해가 담긴 긴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글을 게시하기 전 이미 사표를 준비했다고 한다. “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에 사표를 내기로 대리인단과 합의한 상태였다. 검찰 출신으로 변호사를 하면 검찰하고 친하지 않고서는 변호사를 하기 어렵다. 내가 검사 그만두고 변호사도 할 수 없겠구나 각오한 일이다.” 그는 2009년, 2012년 형사부, 과학수사 분야에서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2~2017년 12차례나 형사부, 과학수사, 강력부 등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업무 능력이 우수했던 12년 경력의 검사는 낮은 연차 검사들이 가는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 안태근 검사가 법무부 검찰국 국장으로 부임한 뒤였다.

변호사도 못할 걸 각오하고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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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기 전 사표를 준비한 이유가 있나요.

검찰 안에서 검찰 문제를 이야기한 임은정 검사도 승진에서 3년 동안 누락됐고, 조직에서 임 검사를 손가락질했거든요. 박병규 검사는 임 검사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가 유일무이하게 적격 심사에서 탈락해 쫓겨나기도 했잖아요. 그런 걸 봤을 때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올해 초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딸을 낳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딸을 낳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하죠. 현행 법과 제도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나와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달라진 게 없잖아요.

최근 페이스북에 정치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썼습니다.

너무 웃기는 것 같아요. 왜 피해자에게 어떤 목적이냐고 물어보는지, 왜 피해자의 업무 능력이나 인간관계를 물어보는 것인지요. 제 인간관계나 업무 능력에 대해서 어떤 부끄러움도 없지만, 업무 능력이 낮고 인간관계가 나쁜 피해자는 입을 열 수 없다는 건가요? 특히 법조 출입 기자들은 ‘그분들’이랑 형·동생 하고 지내느라 그분들 말을 믿고 계셨어요. 저한테 ‘JTBC 방송 출연 때 샤넬을 입었다면서요?’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그럼 ‘샤넬 아닌데요, 레노마인데요’ 하고 보여줘요. 사치하고 인간관계가 나쁘면 범죄 피해를 입어도 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2차 가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나요.

저를 인간관계나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검사로 만들 게 뻔하다고 예측했어요. 예측한 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났죠. 사실 좀 우스웠어요. (웃음) 상상력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저 매뉴얼밖에는 없나.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죠. 제가 딱 서른 살에 검사가 됐거든요. 검사가 되려고 20대 때 열심히 공부했고, (울음을 참으며) 30대 때… 검사가 돼서 내 젊음을 바친…. 내가 15년 동안 근무했던, 내가 사랑하는 직장의 사람들이 더는 욕할 수 없을 정도로 제 욕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파요.

아직 복직을 못한 건 2차 피해 우려가 있어서인가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동료들을 고소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고소를 못하니 시민단체에서 고발했어요. 그게 4~5월인데 아직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저를 공공연하게 명예훼손하고 사건을 은폐한 사람들은 좋은 자리로 영전했어요. 그런 걸 봤을 때 검찰이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죠.

피의자는 다 보는데, 피해자는 자신 조서만 열람

피해자로서 겪은 검찰과 법원은 어땠나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가 수사 기록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현행법상 가해자는 기소되고 나면 모든 증거 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요. 상대방과 관련자가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두 알 수 있죠. 피해자는 자기 조서만 복사해서 볼 수 있어요. 자기 진술은 알고 있으니까 필요 없잖아요. 소송이나 소송 진행에 대응할 수 없죠. 또 수사기관과 검찰·재판기관의 성감수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생각했고 지금도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죠.

진술 열람 문제는 피해자가 되면서 느끼신 건가요.

이전에도 왜 피의자에게는 다 공개하고 피해자에게는 안 되나 의문을 가졌지만, 개인 검사 한 명이 법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성폭력 사건을 맡아본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죠. (웃음) 대부분 성폭력·가정폭력 사건을 여성 검사에게 전담시키기에, 저도 특수부 가기 직전까지 주로 성폭력 사건을 맡았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수사 과정에 나도 저랬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나요.

음… 일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최선을 다해서 일했지만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렵잖아요. 제발 제게 진실을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매일 기도했어요. 하지만 어떤 당사자에게는 부족했을 수 있죠. 그때도 지금도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올해 초 서 검사가 언론 앞에 나서 ‘피해 말하기’를 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직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서 검사의 ‘피해 말하기’ 이전에도 숨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전문직, 그것도 법을 다루는 검사인데도 직장에선 직업인이 아닌 ‘여성’으로 소비되는 현실의 민낯을 보게 된 것이다. 서 검사의 미투는 피해자 개인에게 지웠던 성폭력 피해 책임이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월 미투 당시 피해자들한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용기 내서 입을 열고 나오세요’라고 할까요, 아니면 ‘나오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평생 입을 닫고 사세요’라고 할까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해요. (서 검사는 여기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 피해를 얘기하는 것에 두려워하는 범죄는 성폭력밖에 없어요. 피해자가 보호받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지, 피해자에게 ‘용기 내세요’라고 하는 건 무의미해요.

여성의 처지와 입장, 잘 알지 못하면서

‘검사도 성추행을 당하는구나’라고 많은 사람이 이해했어요. 하지만 피해 확인을 증명하라고 요구받는 사람도 많았는데요.

저도 가해자가 성폭력 부분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거지 인정하지 않았다면 오해를 받았겠죠.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검사라는 직업은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고, 업무량도 워낙 많은데다 끔찍한 범죄를 상대해야 해요. 저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시부모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어요. 힘든 상황에서 정말 어렵게 검사 생활을 15년 동안 했어요. 제가 검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소리를 들어준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힙합에서도 페미니즘 이슈가 있었습니다.

제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항상 정문에서 제가 사는 동까지 걸어가요. 한 5~10분 걸려요. 남편은 지하 주차장까지 택시를 타고 우리 동 앞에서 내려서 오더라고요. 남편이 저한테 왜 지하 주차장까지 택시를 이용하지 않냐고, 굉장히 답답한 사람이라고 해요. 그럼 전 “여자들은 택시 기사들한테 혼난다, 얼마나 욕을 먹는 줄 아느냐”고 말해요. “요즘 젊은 것들은 편하려고 한다” “택시가 자가용인 줄 아느냐” 별의별 소리를 다 들어봤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남편은 이해를 못해요.

저는 밤에 잘 돌아다니지 않아요. 밤에 돌아다니면서 여성들이 겪은 수많은 범죄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에요. 누가 저한테 “너 검찰에서 꽃뱀으로 불린대”라는 거예요. 그럼 전 우스개로 “나는 바람피웠다고 의심받아서 일곱 토막으로 잘려 죽은 여자 주검을 봤기 때문에 무서워서 바람 못 피워”라고 말하죠. 남성들은 여자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와 고통을 알지 못해요. 알지 못하면서 ‘너네가 무슨 차별을 받았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강제추행과 직권남용에 따른 보복인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피해자라면 누려야 할 권리”라고 말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성폭력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거봐, 돈을 노린 꽃뱀이야’라고 거의 100% 비난을 받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워해요. 당연히 피해자로서 받아야 할 권리이고 피해자로서 행사해야 할 권리인데도 하지 못하죠. 그래서 민사소송도 제기한 거예요.

현재 치료 중인데 산업재해 신청 계획도 있나요.

네, 대리인들과 논의하고 있어요.

‘해피 걸’에서 ‘정의로운 걸’로

전자우편 주소가 인상적이었어요. (서 검사의 전자우편 주소는 ‘행복’과 ‘웃음’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가 포함돼 있다.)

17~18년 전 전자우편이라는 걸 처음 만들면서 가진 아이디예요. 연수원 시절 때 별명이 ‘해피 걸’(happy girl)이었어요. 잔걱정 없고 항상 행복하고 감사해하며 살아왔거든요. 인생의 방향이 이렇게 틀어지리라곤 생각을 못했죠.

지금은 무슨 ‘걸’인 것 같아요.

정의로운 걸? (웃음) 검사잖아요. 입을 연 이유 중 하나가 검사이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 검사라면 정의로워야 하잖아요.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미투를 말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요.

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야기할 것 같아요. 저는 검사니까요.

인터뷰를 마친 뒤 짐을 다 챙긴 서 검사는 마지막으로 검정색 마스크를 썼다. 인터뷰에서 본인 생각을 막힘없이 말했던 서 검사는, 어느새 얼굴의 반 이상을 검은 마스크로 가리고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피해자가 됐다. “피해자는 범죄 피해를 입고 고통받은 걸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거든요. 그런데 왜 가해자에게 관대할까요.” 그의 일상을 바꾼 가해자들을 사람들은 기억할까.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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