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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고장난 곳 고치고, 떨어진 연료 채우고… 위성도 AS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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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로지스틱스는 내년 인공위성 'MEV-1'을 발사한다. 이 위성은 지구 관측도 통신 중계도 하지 않는다. 오직 다른 위성만 바라본다. '임무 연장용 위성'이란 이름 그대로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이른바 서비스 위성이다. 연료가 바닥난 통신위성 인텔샛-901에 연료를 재공급해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인공위성에도 애프터서비스(AS)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운전 중에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연료가 바닥나면 언제든 달려오는 보험사 서비스 차량처럼,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 난 인공위성도 서비스 위성으로 붙잡아 수리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서비스 위성이 적국의 군사위성을 망가뜨리는 데 악용돼 우주 냉전시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위성에 연료 공급해 수명 연장

영국 우주 기업 이펙티브 스페이스는 '스페이스 드론'이란 이름의 서비스 위성을 만들고 있다. 이 위성은 오는 2020년 고도 3만6000㎞까지 올라가 수명이 다한 통신위성에 새로운 구동 장치를 달아줄 계획이다. 회사는 위성이 구동 장치를 작동하면 지구 중력에 끌려가지 않아 15년은 더 임무 궤도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 이미 1억달러 규모의 서비스 계약도 맺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160~1900㎞의 지구 저궤도에서 활동하는 지구관측위성을 수리할 서비스 위성 '리스토어-L'을 발사하기로 했다. 첫 고객은 1999년 발사된 랜샛-7. 미국 국방부 산하 첨단연구계획국(DARPA)도 2021년에 통신위성을 수리할 '정지궤도 위성 수리 로봇(RSGC)'을 발사할 계획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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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위성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은 한 기 만드는 데 수천억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연료가 바닥나거나 소프트웨어가 낡으면 그대로 폐기된다. 인공위성 업계에 따르면 매년 20여 기의 대형 통신위성이 연료가 바닥나 퇴역한다. DARPA의 서비스 위성 책임자인 고든 뢰슬러 박사는 "인간의 활동 중에 5억~10억달러 가치의 물건을 만들어 고치지도 업그레이드도 하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이 이런 위성을 수리해 15년씩 수명을 연장하면 수조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고객도 넘쳐난다. 지금까지 우주인들이 정기적으로 수리를 한 우주 물체는 허블우주망원경과 국제우주정거장뿐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5년마다 정기 수리를 통해 계속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우주과학 장비가 됐다. NASA는 우주에 허블우주망원경처럼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위성이 1399기 정도라고 분석했다. 인류의 화성 탐사도 지원할 수 있다. 우주선으로 화물을 옮기거나 화성 궤도에서 유인 거주 시설이나 우주선을 건설하는 데에도 서비스 위성을 이용할 수 있다.

적국 위성 파괴하는 데 악용 우려도

우주 쓰레기 제거도 서비스 위성의 영역이다. 우주 쓰레기는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페인트 조각에서부터 위성 잔해까지 다양하다. 작아도 속도가 AK 소총으로 쏜 총알의 10배(시속 2만5000㎞)나 돼 우주선이나 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2023년 우주 쓰레기 발생을 차단할 서비스 위성 '이디오비트'를 발사한다. 이 위성은 로봇 팔로 고장 난 8t짜리 지구관측위성 엔비샛을 붙잡아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행여 다른 위성과 부딪혀 대규모의 우주 쓰레기를 발생시킬 위험을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에는 늘 동전의 양면이 있다. 위성 수리나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은 언제든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 서비스 위성이 적국의 군사위성을 붙잡아 수리 대신 고장을 내고, 멀쩡한 위성을 대기권으로 추락시켜 태워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셸턴 전 미 공군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서비스 위성과 무기 사이의 차이는 단지 '목적의 변화'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적국 서비스 위성의 공격에 대비해 주요 위성을 보디가드 위성들로 둘러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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