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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노동계 반발에 `반값임금 핵심조항` 후퇴…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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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5일 광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한 이용섭 광주시장이 본회의 연기를 선언하며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35만대 생산량까지 임단협 유예' 부분에 대해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며 입장을 바꾸자 현대차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6일로 예정된 현대차 투자조인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광주시는 5일 노사민정협의회를 개최하고 한국노총 등 지역 노동계가 반발하는 '35만대 생산량까지 임금단체협상 유예'라는 내용을 삭제하기로 하고 이를 대신할 세 가지 안을 현대차에 제시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한 협약안 중 논란이 된 문구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관은 경영 안정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대 달성 시까지로 한다'라는 것이다.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이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법률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역 노동계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노사민정협의회가 대신 제시한 3가지 안은 △문구 자체를 삭제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경영 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고려해 결정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 등이다. 특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속한다'는 문구는 현대차 측이 제안한 안이라고 광주시는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 측은 단체협약 유예건은 반드시 광주시와 합의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기존 원칙을 지켜져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단협이 유예될 경우 임금은 5년간 동결될 수밖에 없고, 노조 설립도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 이 경우 노사협의회 개최나 임단협에 관한 노동법 위배의 소지도 다분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년 노사 분규를 겪게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게 현대차 속내로 풀이된다. 현대차 측은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변경시켜 혼선을 초래하는 등 협상기간 동안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오락가락' 광주시를 비판했다.

문제가 된 '35만대 생산 때까지 임금단체협상 유예' 조항은 광주시가 지난 3월 현대차에 투자를 제안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광주시는 신설법인 설립 후 5년간 임금단체협상 유예안을 현대차에 제시했다. 이번에 '35만대 생산까지 임단협 유예'는 신설법인에서 연간 7만대씩 생산할 경우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처음 광주시가 제안한 내용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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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노동계는 지난 10월 현대차와 협상에 참여하면서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광주시는 현대차에 제안했던 내용을 삭제하고 협상에 임했다. 현대차는 난색을 표시해 협상이 거의 파국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지속가능성에 해당하는 생산대수를 얻고 현대차는 노조의 단체협약을 5년간 유예하는 안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노동계가 광주시에 협상 전권을 위임한 뒤 반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 노동계가 지난달 27일 이병훈 부시장에게 협상 전권을 부여하면서 현대차와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일주일 만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 지역 노동계는 지난 9월 19일 한 차례 더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가 6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6일 오전 출근조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오후 출근조가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0시 30분까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기아차 노조도 소하리 공장에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소하, 화성, 광주, 정비, 판매 등 5개 지회 조합원 2만9000여 명이 참여해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한예경 기자 /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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