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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클릭 이사건] 주식투자 실패한 롯데하이마트 직원, 휴대폰 23억원 어치 빼돌려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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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김모씨(40)는 주식투자 실패로 카드사와 처가에서 빌린 돈까지 날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해서는 안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김씨는 당시 롯데하이마트의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주처인 SK네트웍스로부터 판매용 스마트폰을 주문하는 구매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주문을 넣고도 회사 전산 시스템에는 구체적인 수량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해 매장으로 배송한 스마트폰을 중간에서 직접 수령해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식투자 실패가 불러온 악마의 유혹

김씨는 빼돌린 스마트폰을 처분할 목적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이자 휴대폰 판매업자인 강모씨(40)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강씨는 보유한 스마트폰을 싼 값에 외국인에 팔거나 해외로 수출해주는 대신 1대당 1만5000원~2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계획에 동참했다.

이들의 범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횡령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선물옵션 등에 투자했다가 약 1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범행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4회에 걸쳐 아이폰, 갤럭시노트 등 총 2667대의 스마트폰을 챙겼다. 당시 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23억원 상당이었다. 이들은 결국 검찰에 덜미가 잡혔고 횡령 혐의로 김씨는 징역 4년을, 강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10월 김씨와 강씨는 물론 김씨의 아내 이모씨를 상대로 횡령금에 해당하는 2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김씨가 아내에게 송금한 돈 1억8500만원과 아파트·자동차 구입 자금 2억600만원을 마련해준 건 사해행위로 봐야한다며 이씨는 원상회복을 위해 3억9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청했다.

원고 측은 이씨가 횡령범행으로 취득한 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채 남편에게 돈을 받았다며 공동불법행위책임에 따른 배상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 구입자금 받은 아내도 배상 책임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이수영 부장판사)는 "김씨와 강씨는 공모해 횡령범행을 저지른 점을 인정할 수 있고, 강씨가 범행에 가공한 정도나 분배받은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책임범위를 제한할 수는 없다"며 두 사람이 함께 롯데하이마트에 2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서는 "남편의 횡령범행을 인식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자신의 횡령금액이 7억원에 이르렀을 무렵에 아내에게 아파트 구입자금 9200여만원을 증여한건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금액만큼 롯데하이마트에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승용차 구입자금에 대해서는 사해행위로 인정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각하 판결했다. 롯데하이마트와 이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서울고법 민사32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이씨는 롯데하이마트에 9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회사 윤리경영팀이나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휴대폰 처분대금 중 상당한 금액이 아내에게 송금된 점이나 아파트 매수자금으로 사용된 점을 인정했다"며 "김씨가 아내에게 증여한 돈에 휴대폰 처분대금 외에 자신이 정당하게 취득한 금액 일부가 포함돼 있더라도 채무초과 상태에서 증여한 것이라면 정당하게 취득한 금액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남편의 횡령범행사실과 채무초과상태 등을 알지 못했으므로 선의의 수익자"라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 및 김씨의 재정상태 등에 비춰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해행위의 수익자에 해당하는 피고의 악의 추정을 뒤집고 선의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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