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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내부고발 아니면 어떻게?"… 의전비서관 음주운전과 특감반 일탈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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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톡톡] 레임덕 징조 혹은 권력투쟁?

세계일보

최근 청와대의 모습이 심상찮다. 직급은 1급이지만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을 책임지는 막강한 자리인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에 적발돼 청와대를 떠났고, 경호원이 민간인과 우격다짐을 했다. 여기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특별감찰반원 전원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1년반을 넘어서면 잇따라 터져 나온 청와대발 나쁜 뉴스를 접한 정치권은 '마의 2년말 징크스'라는 말과 함께 '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라는 섣부른 분석까지 나온다.

‘레임덕까지는 아니다’는게 중론이지만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뭔가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특감반원 잇단 일탈행위..."청와대 기강 무너진 것”

정치분석가인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3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는가의 기준에는 중요한 지표 3가지가 있다"며 ①대통령이 인사를 뜻대로 하지 못할 때 ②여당이 대통령 정책에 제동을 걸 때 ③ 청와대 내부 정보와 기밀이 유출될 때를 꼽았다. 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 현상이 온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신호가 일부 포착됐다"며 청와대 특감반원 일탈행위가 밖으로 알려진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번 일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특감반원 A씨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추궁을 당하자 다른 특감반원의 비위를 함께 물고 들어갔으며 외부로 알리려 시도한 것이라는 점이다. 잘잘못을 떠나 청와대 기강이 무너진 것이라는 신호는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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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화면 캡처


◆김종천 음주운전 누설 “내부고발 아닐까 의심”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B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청와대 내부에선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청와대를 떠난 것도 충격이지만, 이 사실이 그렇게 빨리 외부로 새어 나갔을까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지난달 23일 새벽 김 비서관이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된 뒤 관련 사실을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실토, 비서실장→대통령까지 공식 보고라인을 거쳐 사표수리가 결정된 것으로 나와 있다.

문제는 김 비서관 음주운전 적발사실이 청와대 발표에 앞서 외부로 새어 나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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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탁자를 뛰어 넘어려 하자 당황한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부축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임종석 비서실장(왼쪽)과 주영훈 경호처장(오른쪽) 등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효자동 사진관 제공


청와대 경호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①청와대 주변서 일어난 모든 일은 경찰 라인은 물론이고 청와대 경호라인에 동시 보고된다 ②청와대 경호라인과 청와대 외곽 경찰경비라인은 청와대 차량번호를 모두 알고 있다 ③청와대 인사 관련 사항은 경찰 단독으로 발표하거나 외부로 알릴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와 달리 특권의식을 허용치 않는 까닭에 경찰이 청와대 경호처 협조를 구할 필요 없이 단독으로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유출될 수 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B씨는 "일부에선 김종천 비서관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내부고발, 즉 내부에서 흘린 것 아닌가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설왕설래 “권력투쟁 vs 임종석 견제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서 최근 청와대 주변상황이 레임덕까지는 아니지만 "집권 초기에 여권 내부에서 집권세력 내부에서 이런 식의 권력 투쟁 양상이 벌어지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그러면서 "시중에 파다하게 나왔던 얘기가 친문들이 임종석 실장이니 김경수 지사 같은 사람을 거명하면서, 이 사람들로 후계 구도를 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쳐낼 거다, 이런 말이 취임 얼마 안 돼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았던 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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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왼쪽) 비서실장. 사진=청와대 제공


윤 전 장관은 권력투쟁을 이재명 경기지사 문제를 놓고 빚어진 여권내 갈등으로 봤지만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최근 일련의 일들을 볼 때 임종석 실장 견제세력이 시스템을 작동한 것 아닌가라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은 △임 실장이 서울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청와대를 떠나 국회로 돌아간다 △ 다음 총선을 위해 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운동권이 뭉쳐 힘을 발휘한 뒤 △ 다음 정권도 진보, 운동권이 창출해 낸다 등의 말이 나돌고 있는 것도 2019년 정국예상 시나리오 차원을 넘어 임 실장 견제 의도가 있다고 봤다.

바른미래당 박지원 의원, 윤여준 장관 등 전 정권에서 많은 경험을 했던 이들은 이러한 것들이 이상 징후임은 분명하다며 문 대통령이 서둘러 봉합할 것을 주문했다. 직접 평정할 경우 2020년 총선까지 권력누수 현상이 표면화되지 않겠지만 망설인다면 걷잡을 수 없다고 문 대통령 결단을 촉구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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