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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그들만의 리그' 국회 예산심사…2019 예산 'UP &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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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그들만의 예산]①SOC·국회예산은 늘리고, '돌봄' 등 복지예산은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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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어겼다. 내년도 예산안은 끝내 극소수의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만 비공개로 모여 예산을 주무르는 ‘소(小)소위’라는 밀실로 들어갔다.

예산안은 소소위 이전까지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의 심사를 거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의원들 간의 정파적인 이해 등에 무분별하게 깎여나가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에 제대로 편성되지 못한 예산들도 적지 않았다.

반면 ‘지역구 챙기기’ 효과가 큰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등은 일사천리로 증액됐다. 국회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올해는 국회 운영 예산을 늘리는데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였지만 의원외교 예산 등은 어김없이 늘어났다.

‘그들만의 리그’인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이처럼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늘거나 줄어든 예산 ‘UP & DOWN’ 사례들을 살펴봤다.

◇SOC는 묻지마 ‘UP’=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사무처 예산 심사에서 ‘의원외교활동’ 예산을 원안 63억4300만원에서 10억원 증액했다. 국제회의 18억원, 의회외교 관련 의원연맹 지원 20억원 예산이 별도로 있었지만 스스로 10억원을 더 챙겼다.

‘방문외교’ 예산은 42억9000만원에서 5억원 증액했는데 이유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부상과 같은 최근의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의원외교협의회 신규 결성을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또 ‘외빈초청 및 의전행사’ 예산도 7억3400만원에서 68%(5억원) 증액해 12억3400만원으로 늘렸다. 성장잠재력이 있거나 ODA(공적개발원조) 관점에서 지원이 필요한 제3세계 국가의 의회 인사 초청을 활성화한다는 이유였다.

전직 국회의원들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약 4억원 줄어든 66억6400만원으로 예산안이 편성됐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운영위도 불필요한 보조금 사업 예산 1억6100만원을 추가 삭감했다. 그러나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헌정회 예산의 ‘복원’이 시도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은 나중에 헌정회 혜택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상임위로 돌아가 이것을 원안으로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물어보자”고 했다. 즉 상임위의 삭감 결정을 취소하자는 제안이었고 결국 이 예산은 상임위 재논의 전제로 ‘보류’ 결정이 됐다.

매년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폭 증액되는 SOC 예산은 내년 예산 역시 대규모 증액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심사 때는 1조3000억원이 증액됐는데 올해는 이미 국토교통부 소관의 철도·도로·하천정비 등 SOC 예산만 상임위에서 2조4071억원이 늘었다.

정부 원안 14조6961억원에서 상임위 수정안은 17조1032억원이 됐다. 현재 증액 심사 중인 소소위에서도 추가 증액 가능성이 높아 올해도 국회의원들의 ‘SOC 사랑’이 여지 없이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국립대학 지원 예산도 때때로 SOC 예산과 같은 지역구 챙기기 예산으로 활용된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소재한 국립대학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교육부 소관 국립대학 시설확충 예산은 원안이 전년대비 600억원 증가했는데 상임위에서 158억원 추가 증액돼 5997억원까지 높아졌다.

△부경대 복합교육센터 50억원 △경남과기대 취업·창업센터 39억원 △충북대 글로컬 교육·스포츠센터 30억원 △충남대 창조학술정보관 신축사업 27억원 △군산대 캠퍼스 조성사업 보수비 20억원 △공주대 공과대학 공동실습공장 10억원 등이 증액됐다.

교육위에서 대학 지원 예산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이 812억원, 대학구조개혁지원 예산이 121억원 증액됐다. 서울대 출연 지원 예산은 17억원 증액돼 4585억원으로 의결됐다.

◇돌봄따윈 하지마 ‘DOWN’=6~12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시·긴급 돌봄, 프로그램 운영, 등·하원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다함께 돌봄 사업’은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예산 삭감 요구로 논란이 됐던 한부모복지시설 아이돌보미 지원 예산과 마찬가지로 예산심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사업 내년 예산안은 전년대비 128억6300만원 증액된 137억8800만원이었지만 상임위에서 31억5300만원이 깎였다.

정부는 내년에 200개소의 돌봄센터 설치·운영을 목표로 했는데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를 150개소로 줄이도록 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지역아동센터 예산을 보완하거나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해서 하면 몰라도 자꾸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며 신규 사업으로 백화점식 나열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 사업에 반대했다.

정부 측은 “갈 곳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다함께 돌봄을 지역 내에 있는 여러 공공기관 시설을 이용해 교사를 채용해서 돌봐주려 한다”고 예산 편성을 호소했지만 결국 복지위는 31억5300만원을 감액했다. 예결위 예산소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비판 속에 이같은 삭감안이 확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에 따라 2019~2022년까지 4년 간 총 사업비 400억원 규모로 글로벌핵심인재양성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ICT(정보통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석·박사 인력을 선진국에 파견, 고급 인재로 육성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사업 중복 소지와 두뇌 유출 가능성을 주장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내년도 예산안이 100억원에서 19억6000만원 감액됐다.

예산소위에서도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석박사들을 해외에 잠깐 보내서 중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없다”며 “예산 낭비로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에서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정부의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월평균 수입의 100만원 미만 비중이 73%나 되는 예술인들의 생계자금 융자사업 예산도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비정하게 깎여나갔다.

가난한 예술인들은 자영업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어서 시중에서 대출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실정으로 이에 정부는 생활안정자금(한도 300만원) 전세자금(한도 2000만원)을 저금리로 대출하는 ‘예술인생활안정자금’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와 예산 산출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상임위에서 10억원,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추가로 10억원이 감액됐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이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국가가 나서서 하면 예술인만 있나. 다른 업종도 많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중 하나라고 이 사업에 반대했다. 예산은 당초 정부안 105억원에서 85억원으로 줄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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